서울 빵 맛집 잘알 테스트
회사 내 빵 전문가 동료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제작한 토이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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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내 빵 전문가 동료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제작한 토이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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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 - 2021.09
저희 회사에는 자칭 '치아바타 전문가'라고 주장하는 한 동료가 있었습니다. 늘 빵 이야기만 나오면 '내가 서울에 있는 웬만한 빵집은 다 가봤다(부산에서 나고 자람 주의)' 혹은 '나는 치아바타 전문가이다' 라는 등 빵부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왔는데요. 그 때마다 동료들은 허세를 부린다며 놀리곤 했었죠.
문제의 그 날은 평소와 다름없는 평범한 월요일 그로스 해킹 시간이었는데요. 유독 그 동료가 억울해하는 것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 친구가 정말 빵 전문가라면, 이 친구의 억울함을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빵 맛집 지식을 입증할 방법이 부재하다.
만약 동료가 스스로의 주장대로 '서울에 있는 모든 치아바타는 다 먹어봤'고, '서울에서는 안가본 빵집이 없다'면 현재의 문제점은 그의 빵 맛집 지식을 입증할 방법이 부재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빵 맛집 전문가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인거죠.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빵 맛집 전문가를 판별할 수 있는 테스트를 제작하여 아래와 같은 가설을 입증해보고자 하였습니다.
서울의 빵 맛집과 관련된 테스트가 있고 해당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한다면, 사람들은 그를 빵 전문가라고 인정할 것이다.
위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개발자였던 저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마케터 동료는 아래와 같은 네 가지 액션을 취했습니다.
테스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질문지가 필요합니다. 신뢰성을 더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통계 '빵이야기' 데이터를 참고했고, 동시에 트렌디함도 놓치지 않기 위해 인스타그램의 인기 빵 맛집 계정들을 참고하여 테스트 질문지 12개를 만들었습니다.
빵 모양 일러스트를 주로 사용하여 전체적으로 빵에 대한 컨셉과 귀여움을 살렸고 많은 사람들이 익숙한 MBTI 테스트 형식처럼 화면을 구성하여 속도감 있게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12개의 질문에 답한 결과를 단순히 맞춘 개수로 표현해줄 수도 있겠지만, 이 테스트가 만들어진 배경을 생각하며 좀 더 그럴듯하게 '빵 맛집 전문가'임을 드러내고 자랑하고 싶게 만들 수는 없을까 고민하였습니다.
그 결과, 맞춘 답의 개수별로 차등을 두어 인증서를 발급하기로 했습니다.
총 12개의 질문 중, 9개 이상 정답을 맞추었다면, '빵지순례좌' 인증서를, 5개 이상의 정답을 맞췄다면, '빵린이' 인증서를, 그리고 그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인증서 발급 실패 화면을 노출하도록 구성하였습니다.
이제는 테스트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테스트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전략으로 잠재 고객을 한명씩 컨택하며 테스트 사용자 수를 늘려나갔습니다.
직장인이 가장 힘들어하는 점심시간 직후를 노려 친한 지인들에게 링크를 전파한다.
테스트 내에 등장하는 빵집 40여곳에 인스타그램 DM을 보내 참여를 유도한다.
총 2,200명의 방문자, 2,069 건의 참여 기록
테스트를 만들어 배포한 뒤, 약 2개월간의 데이터를 모아봤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총 방문자 수 2,200명, 총 테스트 참여건수 2,069건을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참여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DM 을 보냈던 빵집에서는 '빵을 직접 보내주시겠다'고 한 곳도 있었고, 80% 정도의 빵집에서는 '감사하다'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참여했던 지인들 중에서는 너무 어렵다는 평이 많았으며, 빵 맛집 전문가인 빵지슐레좌 인증서를 받기 위해서 여러번 시도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프로젝트의 시작점이자 빵 전문가 논란이 있었던 팀원은 결론적으로 제일 높은 등급인 ‘빵지순례좌’ 인증서를 받으며 팀원들에게 빵 전문가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
재미있게 진행했던 이 프로젝트는 동료 마케터와 함께 진행했습니다.
둘이서 함께 테스트에 대한 기획을 진행했고(기여도 50%) 그 이후 진행된 프론트엔드 개발부터 백엔드 개발까지는 모두 혼자서 진행했습니다(기여도 100%). Google Analytics 연결을 통해 테스트 배포 이후 방문자 수 데이터를 트래킹 했고(기여도 100%), MySQL 데이터베이스에 SQL 문을 통해 실제 인증서 발급 건수 및 중복 참여 건수 등의 서비스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기도 했습니다(기여도 100%).
사실은 재미로 시작한 토이 프로젝트였지만, 생각보다 참여자 수가 많아서 놀랐습니다. 작은 날개짓으로 시작하지만 그것이 미칠 파급력이 어디까지일지는 언제나 예측할 수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빠르게 도전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동료가 겪었던 문제를 재미있게 풀어낸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유의미했습니다. 저는 프로젝트 내내 재미있었고, 동료는 억울함을 풀 수 있게 되어 모두에게 이로웠던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