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3주차

동문

요즘 소상공인 고객분들을 모집해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어제 인터뷰 했던 분은 친한 동료의 지인이었다. 그런데 인터뷰를 하면서 그분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을 보게 되었는데, 어라랏? 나랑 같은 대학교 출신이 아니던가! 인터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뭔가 느낌이 좋고 인상이 좋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같은 학교이기까지하니, 갑자기 친밀감 확 오르면서 인터뷰가 물 흐르듯 진행되었다.

안그래도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만족스럽던 인터뷰였는데, 이렇게 외부에서 선배님(?)을 만난 것이 처음이어서 더 신나버렸다.

아, 여기에 하나 더. 회사 분위기 상 개인정보에 대해서 굳이 묻고 따지지 않는 편이어서 친한 동료였어도 어떤 학교를 나왔고 나이가 몇살인지도 잘 몰랐었는데, 알고보니 그 동료 역시 나와 같은 학교더라. (그것도 인터뷰를 한 그 분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소식을 접하자마자 당장 슬랙켜서 이 소식을 전하니 그 분도 너무 반가워하더라. 안그래도 친했던 동료와 한층 더 가까워지게될 것 같다.

고객들과 대화를 나눈다는 것

지난 금요일부터 고객들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있다. 주변에 마땅한 소상공인이 없어서 회사 자유채팅방 채널에 대대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고, 나의 지인을 포함하여 약 6명정도 인터뷰원을 모집할 수 있었다.

고객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서부터 깨닫는 것이 참 많았고, 동시에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PM이 되기 전, 멋진 PM분들의 책을 읽으면서 꿈을 키우던 그 시절에는,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고객과 대화를 나누고, 고객으로부터 서비스 개선의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고객과 대화한다"라는 행위를 진짜 말 그대로 고객과 대화를 나누는 것 혹은 설문조사를 던지는 것 뿐만 아니라, 고객이 남겨놓은 데이터를 추적해서 고객의 페인포인트를 찾는 것, 커뮤니티에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도 그 행위의 일환이라고 생각했었다. 오히려 설문조사나 인터뷰를 통해 고객에게 직접 묻지 않고, 고객의 행동을 통해서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더 똑똑하고 정확하게 고객의 니즈를 찾는 방법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이번에 나도 특정 주제를 잡고 문제를 발굴하고 정의하는 과정을 처음 겪고 있는데, 위와 같은 착각 때문에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고객에게 묻지 않고 고객이 남겨놓은 데이터를 통해서 고객의 페인포인트를 찾으려고 했다. 그래서 "니가 말한 것이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인지 어떻게 알아? 고객도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것, 맞아?"라고 누군가 물어봤을 때, 정확한 확신을 가지고 답변할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나는 고객에 대해서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문제 발굴에만 집중하려고 했었다. 고객이 어떻게 일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디자인 작업을 어떤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는데, 세심하게 살펴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온라인 마케팅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당연히 상세페이지를 많이 만들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내가 봐왔던 데이터만으로, 그들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그들은 이런 고객들이라고 단정지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대단한 착각이었다.

고객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내가 몰랐던 그들의 일상, 그들의 고민들을 하나씩 알게 되어갔다.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말을 들을 때도 있고,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기도 했다.

고객들과 이야기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그들의 고민을 직접 들을 수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나 스스로 확신이 점점 생겨간다는 것이다. 내가 고객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봤고, 그 사람들이 실제로 이런 말을 했다고 나는 이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내가 하는 주장에도 확신이 점점 생겨갔다.

결국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원칙을 나는 너무 힘들게 깨닫고 느끼고 있다. 그래도 이번에 한 경험은 앞으로 프로덕트를 만드는 과정 내내 절대로 잊지 않을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를 때는 고객과 제일 먼저 이야기를 나눠봐라. 그럼 거기에서부터 다음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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