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아프리카
둥글둥글, 무난하고 소탈한 성격이었던 나는 20대 중반 이전까지는 딱히 스스로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냥 좋은게 좋은거지, 모두가 좋으면 나도 좋아-의 입장이었달까. 언제 어디서나 내 주관을 명확하게 주장해본 적 없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나한테는 딱히 스트레스가 아니었어서, 그게 아니면 정말 안되는 사람들에게 양보하는 느낌이 강했던 것 같다.
그렇게 좋은게 좋았던 내가 나 자신과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된 것은 아마 아프리카로 향하는 순간부터였던 것 같다. 나와 함께 아프리카로 향했던 사람들은 모두 반짝반짝 너무 멋진 사람들이었다. 사회가 정한 통념 같은 것은 상관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대로 자기 주관을 뚜렷하게 표현하며 모두 저마다의 색으로 빛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때는 내가 그들 중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 참 좋았다.
실제로 케냐에서 1년간 지내면서 누구의 참견도, 누구와의 비교도 없는 지구 반대편 그곳에서 나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집중하고 있는 영역, 내가 못 견디는 부분들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면서 나는 나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며 살 수 있게 되었다.
막상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조금씩 뚜렷해지다보니, 20대 중반 이전까지의 지난 날들이 조금은 억울해졌었다. 그 시간을 좀 더 알차게 쓸 수 있었다면,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훨씬 더 성장하고 성공한 모습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 이 젊은 날을 그렇게 재미없고 무의미하게 보냈다는 것이 억울했다.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 나의 억울함은 뭐 어떻게 못하겠지만, 지금의 젊은이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주어진 그 시간을 스스로에 대해 많이 배우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으로 잘 사용할 수 있게 도울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아직도 방황하고 있는 내 또래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이고.
그래서 나는 '나'라는 키워드가 그래서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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