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4주차 (35/52)
2024년 8월 31일 토요일
망했다
이번 한 주는 여러모로 마음에 안드는 것들 투성이었다. 스쿼드 내에 이슈도 너무 많았고, 그래서 원래 계획했던 일을 만족스럽게 처리하지 못했다. 긴급한 일이 너무 자주 발생하게 되면, 팀은 원래 목표했던 바를 이루지 못하게 된다. PM인 나부터 이렇게 소모적인 느낌이 들고, 뭔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유의미하게 달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 다른 동료들도 비슷하게 느끼고 있지 않을까?
기상 시간도 일정하지 못하고, 들쑥 날쑥이었다. 전날 했던 야근의 여파로 늦잠을 자거나, 전날 지쳐서 너무 일찍 자버려서 기상 시간이 평소와 너무 차이가 컸고, 덕분에 운동이며, 식단이며 전반적인 불균형이 발생했다.
조금 심각하다고 느끼고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던 것은 스트레스 관리이다. 하루종일 긴급한 이슈 처리에만 메달려서 하루를 보냈다는 허탈함과 원래 계획했던 고객을 위한 유의미한 문제발굴에는 진척이 별로 없었다는 허탈함은 퇴근 시간만 되면 나를 엄청 괴롭혔고, 덕분에 퇴근길에는 그것을 힘이 많이 드는 운동으로 푸는 것이 아니라 터치 몇 번으로 할 수 있는 자극적인 배달음식 시키기로 푸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이 행동은 정말 현타가 많이 온다. 건강은 건강대로 헤치면서 원래 계획했던 유의미한 일들은 모두 뒷전으로 다시 밀리게 되며, 심지어는 스트레스도 러닝만큼 풀리지 않는다. 얻는 것이 하나도 없는 셈이다. 나는 러닝이 내 스트레스 관리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다른 행동을 할까 (심지어 원래 없던 배민 어플을 굳이 다운받아서, 다시 로그인하고 시켰음...;;) 저녁에 강제로(?), 꾸준히 운동할 수 있는 패턴을 만들어야겠다. 저녁식사나 사람, 스트레스가 끼어들어서 내 저녁을 망치지 않도록.
태블릿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
이러니 저러니 툴툴대긴 했어도, 일을 하면서 재미있다는 생각을 오랜만에 했던 한 주였다. 특히 이번 주부터는 일을 하면서 계속 태블릿 사용자들에 대해 집중하고 파고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 어느정도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현재 우리 앱을 사용하고 있는 태블릿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새로운 툴인 datadog을 활용해서 분석해보기도 했고, 다양한 태블릿 앱 레퍼런스를 훑어보면서, 태블릿에서 쓰이는 문법, 고려해야할 점, 태블릿 사용자에게 최적화하여 제공할 수 있는 기능들에 대한 공부를 좀 하게 되었다. 특히 함께 일하게 된 디자이너분이 정말 꼼꼼하고 문서 정리를 잘하시는 분이라서 같이 일하면서 배우는 점이 많았고 앞으로의 기대감도 더 높아졌다.
늦은 생일
8월 11일이 생일인데, 오만가지 다른 사람들과 다 생일 축하를 했으면서 정작 가족들과는 얼굴보고 밥한끼를 못먹었었다. 서운할법도 한데, 이런 저런 다른 말하지 않고, 그냥 따뜻하게 날 맞이해주고 멋진 저녁식사를 대접해주신 부모님께 참 감사했다. 동생도 오랜만에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어서 모처럼 다같이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오키나와
그렇게 바쁜(?) 와중에 금요일부터는 연차를 내고 오키나와로 향했다. 짝궁님이 퇴사 후, 다시 새로운 직장에 가기 전까지 갖는 약 한 달간의 gap month(?) 중 3일 정도를 함께하게 된 것인데, 초등학교 시절 즐겨보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항상 수학여행 or 휴가지로 나오는 오키나와를 드디어 직접 방문할 수 있었다.
파워 J인 짝궁님만 믿고 진짜 출발 몇 시간 전까지 여권 말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나는 덕분에 옛날 배낭여행하던 시절처럼 임기응변의 연속인 시작을 할 수 있었고 의외로 이 과정이 나쁘지 않았다. 환전은 물론 data 로밍도 안해간 나는 옛날처럼 현지에 도착해서, 현지 유심칩을 구매하고 5일 플랜을 구매했다. (그 전까지는 공항에서 wifi 도 안잡혀서 일본 숙소 주소와 전화번호를 입력하는데 엄청난 애를 먹었다ㅋㅋㅋ)
data 연결이 되니 이제 구글맵으로 숙소 가는 길만 찾으면 안심인데, 다행히도 엄청 친절한 공항버스 안내 아저씨 덕분에 급행 버스를 무사히 탈 수 있었다. 둘다 말도 안통하는데 타이핑으로 쓰고 영어도 쓰고 하면서 서로 옹알옹알 소통한게 오랜만이어서 재미있었다. 진짜 더운 오키나와 날씨에 친절하게 안내해주신 것이 너무 감사해서 시원한 녹차를 구매해서 선물드린 뒤, 공항버스에 탑승했다.
태풍이 오는데 어디가냐며 걱정했던 부모님을 일단 안심시켜드리고, 짝궁에게 전화해서 같이 점심먹을 스케줄을 맞췄다. 이틀 떨어져 있었는데, 또 오랜만에 보니 엄청 반갑고 좋았다. 둘다 수영을 좋아해서 정신없이 스노쿨링하고 세계에서 두번째로 크다고 하는 수족관도 방문하고, 맛있는 밥도 먹고 재미있고 알차게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아직 오키나와임)
특히 그가 잡은 숙소가 오션뷰에 멋진 식탁도 있는 곳이라서 지금 바타를 보면서 한 주를 회고하는데, 너무 힐링되고 기분 좋다. 오랜만에 stress-free 한 하루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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