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요즘하고 있는 생각들
2024년 10월 13일
불만족
한 때는 내가 닿기만이라고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그 일을 최고의 동료들, 최고의 인프라, 최고의 환경에서 심지어는 돈을 받으면서 하고 있는데, 만족스럽지 않고 계속 뭔가를 갈망하고 있다.
원인은 두 가지일 것 같은데
이 일이 내가 그토록 꿈꾸던 일이 아니었을 수 있다.
혹은 지금의 환경에 너무 익숙해져서 감사함을 잊고 있는 것일 수 있다. 보통은 이를 권태기라고 부르곤 했던 것 같고.
두 가지 원인을 좀 더 자세하게 파보자.
막상 해보니, 이 일은 내가 그토록 꿈꾸던 일이 아니었던가
삶과 일에서 내가 원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아래의 문장들이 떠오른다.
내가 지금 열심히 일한 결과물이 남아 나중에 내가 일을 하지 않거나 못하게 되었을 때에도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준다.
내가 지금 100% 전력을 불태워 열심히 일을 하면 할수록 나의 가치가 상승한다.
자유롭게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그 곳의 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
국가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제품과 비즈니스로 해결해낸다.
프로젝트처럼 집중할 때에는 일에 100% 온전히 몰입하고 쉴 때는 100% 쉴 수 있는 삶을 살아간다.
꿈꾸던 삶, 원하던 것들에 비추어볼 때, 현재는 왜 만족스럽지 않은가?
내가 지금 열심히 일한 결과물이 남아 나중에 내가 일을 하지 않거나 못하게 되었을 때에도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준다.
지금의 나는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IT제품을 만드는 시작점이고 제품이 고객에게 전달된 이후까지의 모든 과정을 신경쓰는 사람이지만, 정작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내가 회사에서 하고 있는 업무의 결과들은 결과물로 남는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나중에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에도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PM으로서 회사에 소속된 제품을 만들 때에 한정된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가 회사로부터 독립을 하여 1인 기업가로서 "돈을 내고 쓸만한" 제품을 만든다면, 그것은 계속해서 결과물로 남을 것이고, 일단 만들어서 고객에게 전달되는 순간부터는 내가 계속 같은 강도로 일을 하지 않더라도 나를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준다.
따라서 "돈을 내고 쓸만한 가치를 느끼는 제품을 만드는 일" 그 자체는 하면 할수록 무노동수입으로 전환되어 결국에는 내가 일을 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나를 먹고 살도록 해줄 것이다.
원래는 이게 진짜 문제인지 발굴해내는 과정이 가장 재미있었는데,
요즘은 문제를 해결한 뒤 고객 피드백을 받는 순간이 가장 좋다.
내가 지금 100% 전력을 불태워 열심히 일을 하면 할수록 나의 가치가 상승한다.
이 부분도 회사에 소속된 직장인 PM으로서는 한계가 있다.
회사 내에서 혹은 이직할 때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역시 완전히 나의 것은 아니다.
이 역시 내가 회사 밖에서 1인 기업가로서 "돈 내고 쓸만한" 제품을 만든다면, 그리고 그것이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면, 성립하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자유롭게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그 곳의 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왕 태어난 것, 전 세계의 다양한 곳을 돌아보며 배우고, 영감을 얻고 그를 기반으로 다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그런 선순환적인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국가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제품과 비즈니스로 해결해낸다.
이건 케냐에 있을 때 깨닫게 된 것인데, 내가 방문한 어느 나라를 가나 "먹고사니즘"에 대한 해결은 공통적으로 많은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였고, 특히나 일을 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일할 곳이 없어서 혹은 생계때문에 본인의 특기나 개성을 살리지 못하고 재미없는 일을 하게 되는게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경험들만 하면 이 세상의 누구라도 충분히 행복하게 일을 하며 사는 세상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래 사는 삶을 굳이 고통스럽게 만들어야한다는 것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결국 위의 문장을 계속 깊게 파고들어가다보면, 궁극적으로 내가 바랬던 것은 "모든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일로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었던 것 같다.
프로젝트처럼 집중할 때에는 일에 100% 온전히 몰입하고 쉴 때는 100% 쉴 수 있는 삶을 살아간다.
집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고, 한번 몰입하게 되면 빠져나오는데까지 오래 걸리는 편이다.
하나의 주제에 집중을 할 때는 다른 것들이 중간에 끼어드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그래서 삶을 살고 일을 할 때에도 성수기와 비수기라는 ON/OFF 가 확실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하지만 역시 회사에 종속된 삶에서는 이 역시 불가능하다.
지금 주어진 것들에 감사함을 잊고 권태기를 느끼고 있는 것일까
이것도 맞는 말일수도.
과정
학교에서 우리는 어떤 일을 성취해내는 과정과 결과가 모두 동등하게 중요하며, 너무 결과 중심적으로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고 배운다. 하지만 사회에서 우리는 꽤 많은 경우, 어떤 사람이 이루어놓은 성공-이라는 결과 그 자체에만 집중하곤 한다.
진정으로 과정이 중요하려면, 내 이름 밑에 붙는 한 줄 그 너머의 노력과 과정들도 사랑할 수 있으려면, 과정에 대한 꾸준한 기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정을 기록한다면, 그 노력의 끝이 결국에는 실패로 끝나버리게 되더라도 충분히 유의미하게 된다.
그래서 유튜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기록의 과정은 반드시 하나가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 주기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되어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록에 대한 주기적인 피드백이 있는 것은 과정에 대한 보답을 받는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꼭 위대한 무엇인가를 꿈꿔야만 하는가
케냐에서 보고 느꼈던 것이 굉장히 소중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때 느꼈던 그 소중한 깨달음을 내 인생의 목표로 삼아 반드시 이루어나가야한다고 다짐했었다.
아프리카에서 오히려 가장 빠르게 혁신이 일어난다는 것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일자리"가 없어서 고통받는 것은 공통적인 문제라는 것
누구나 좋아하는 일로 행복하게 일하면서 먹고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
그런데 나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30여년간의 삶 중에서 나는 무엇인가가 재미있어서 그것 하나에 푹 빠져 끝까지 결판을 내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았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아니지, 아프리카도 누가 등떠밀어서 간것도 아닌데?ㅋㅋㅋㅋㅋ)
그래서인가 늘 덕후들을 동경해왔고, 한 분야에 깊게 몰입할 수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했었다.
랄랄
유튜버 랄랄 님의 채널을 구독하고 주기적으로 콘텐츠를 보곤 한다. 평소에는 그냥 재미있게 사는 저세상 텐션의 멋진 언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최근에 임신하시면서 꺼내든 "이명화" 캐릭터를 보고 나는 꽤나 충격을 먹었다. (좋은 의미로)
임신한 기간동안 어느 누구나 어디에서 본 듯한 아줌마 캐릭터를 멋지게 구현해내서 사랑하는 엄마와 저렇게 친근하게 통화를 하며 깔깔 웃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냥 너무 유쾌하고 재미있고 멋져보였다.
그리고 나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그동안 내가 잘못된 순서를 쫓고 있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랄랄은 재미있는 것을 먼저 생각하고 -> 그것으로 돈을 만들어낼 방법을 찾았지만,
나는 돈이 되는 일을 먼저 하고 -> 그것 중에서 재미를 찾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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