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아프리카 스타트업>

이종현

소감

공사모에서 <NGO는 아니지만 국제개발협력 합니다> 시리즈(이하 엔아국)를 직접 기획해 지금 NGO나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있지는 않지만 다양한 직업군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국제개발협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컨택해 인터뷰를 해왔다. 이 책의 저자인 종현님 역시 이 시리즈를 통해 만난 분으로, 현재 "아프릿업" 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아프리카의 스타트업과 IT 산업에 대해 다양한 글을 개제하고 계신다.

맨 처음 종현님의 블로그를 발견했을 때가 기억난다. 아프리카IT 스타트업이라는 보기 드문 두 키워드에 대해서 나 말고도 관심있는 사람이, 그것도 한국인이 또 있었구나! 싶어서 너무 반가웠었다. 그래서 블로그 글도 쭉 읽어봤는데, 그동안 내가 뉴스기사를 통해서 간간히 접하던 내용들에 대해서 정말 빠삭하고 자세하게, 그리고 논문이나 통계 데이터도 함께 넣어주시면서 전문적으로 글을 잘 써주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내용을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했고 뭔가 멀리서 응원하는 연예인이 생긴 느낌이었는데 엔아국 시리즈를 진행하게 되면서 종현님에게 컨택하고 꼭 한번 이야기를 들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아프리카 스타트업>은 바로 그 인터뷰 이후 출판사에서 제의를 받아서 쓴 책으로, 종현님이 인터뷰 덕분에 책까지 내게 되었다고, 특별히 공사모에 선물해주셨다.

이동하는 틈틈히 읽은 책이라서 후기를 다소 늦게 쓰게 되었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책을 읽는 동안 잊고 있던 아프리카에 대한 나의 열정, 개발을 시작한 이유 등 다양한 감정들이 떠올라 가슴이 엄청 두근댔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막연하게 "꿈이 뭐에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나중에 아프리카로 돌아가서 그곳 사람들과 함께 스타트업 만들거에요"라고 대답하곤 했다. 하지만 그 꿈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지금 하고 있는가- 하면 떳떳하게 대답할 수 없었던 적이 많았다. "그때 창업하기 위해서, 지금 개발자로서 열심히 기술을 갈고 닦고 있어요!" 라고 말하기에는 좀 부족한 감이 있었고, 계속 아프리카와 그곳의 스타트업 생태계, IT산업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죄책감 같은게 있었다. 책을 통해서는 그런 점들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고, 마음 속에 다시 설명할 수 없는 열정과 설레임이 피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프리카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훨씬 활발하고 열정적이며 성장하고 있었다. 진짜 그곳에서 뭔가를 한 뒤, 나중에 이 글을 보며 웃을 날을 기약하며 그때까지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 몇 줄을 남겨보려고 한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

  • 인터넷은 돼? 핸드폰은 터져? 아프리카 스타트업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의구심 가득한 표정으로 나에게 묻는다. ... 어릴 적부터 텔레비전에서 이러한 이미지를 학습해 온 탁에 아프리카와 스타트업을 연관 짓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다. 하지만 아프리카 대륙이 세계가 주목하는 시장이 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느덧 아프리카 대륙은 나에게 시장 그 이상이 됐다.

  • 아프리카의 잠재력은 바로 인구에 있다. ... 젊은 인구는 곧 미래의 비즈니스 기회다.

  • 2022년 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리카에 "올인"하겠다고 밝혔다. ...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2000년대부터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진행해 왔다. ... 미국과 중국을 비롯하여 유럽, 일본 등의 많은 투자자가 아프리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 GDP, 인구, 시장 크기 등이 스타트업 규모와 꼭 정비례하는 것도 아니다. 이게 바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스타트업 생태계가 재미있는 이유이다.

아프리카 대륙 주요 국가별 유니콘

  • 주미아 - 나이지리아

  • 인터스위치 - 나이지리아

  • 스위블 - 이집트

  • 엠엔티 하란 - 이집트

  • 왜 아프리카는 계속 가난할까? 개발학을 공부한 나의 머릿속을 항상 차지하고 있는 질문이었다. 아프리카 스타트업 생태계를 연구하며 스타트업이 실제로 현장에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 스타트업이 아프리카 대륙이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스타트업은 페인 포인트를 따라 성장한다. 기업과 ICT 기술이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면, 아프리카야말로 스타트업이 필요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정의한 문제가 과연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도 문제일까? ... 그렇게 찾아낸 아프리카의 스타트업의 특징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회적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한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있다.

  • 사회 인프라를 혁신적으로 개선하는데 있어 아프리카 스타트업은 어쩌면 정부보다 더 나은 대안이다. 선진국은 몇 십년 동안 아프리카에 공적 원조를 이어왔다. 하지만 그보다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가 사회에 끼치는 효과가 더 큰 상황이 여럿 관찰되고 있다.

대표적인 아프리카 스타트업들

  • 주미아 : 아프리카의 아마존. 전자상거래 분야. 20개의 국가 서비스. 독일 본사. 나이지리아에서 프랑스 창업자에 의해 설립됨.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 직원 4000명의 대기업! 아프리카 최초 전자상거래 플랫폼. 2022년 이후 구조조정 등 힘든 시기 겪는 중.

  • 플러터웨이브 : 지급 결제 서비스. 나이지리아. 본사는 미국. 7개국에 지사. 기업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신용카드, 은행 송금, 모바일 머니 등 결제를 도와주는 서비스. 아프리카 스타트업 최초로 와이콤비네이터 출신. 아프리카 핀테크 분야의 대표.

  • 안델라 : 아프리카의 IT 인력을 육성하여 기업에 매칭 및 공급하는 플랫폼. 나이지리아, 케냐, 르완다, 우간다, 이집트, 가나 등에 교육센터 존재. 숙련된 일자리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고용 이슈를 해결하고 있다.

  • 스위블 : 2017년 이집트에서 설립. 대중교통, B2B, B2G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 20개국 135개 도시에서 운영중. 본사는 아랍에미리에이트. 이집트의 주요 대중교통인 승합차를 공유하는 비즈니스 모델. 2022년 뉴욕증시 상장. 이집트의 열악한 교통 문제를 스마트하게 해결. 다양한 글로벌 스타트업들과 합병하며 무리하게 확장하여 현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웨이브 : 프랑코폰의 유니콘 스타트업. 세네갈과 코트디부아르에서 모바일 머니 제공. 미국인 2명이 설립. 와이콤비네이터 출신. 설립부터 유니콘까지 4년밖에 걸리지 않음. 스핀오프(외국인노동자들이 본국에 송금하는 외환송금 서비스 샌드 웨이브 -> 현지 계좌개설, 송금 서비스 제공하는 웨이브). 월드레밋에 합병됨. 송금 비용이 1% 로 매우 저렴하여 크게 성장함. 세네갈 내 시장 점유율이 70%. 세네갈 버전의 토스 정도의 느낌. 스마트폰 없는 사용자가 거래할 수 있는 QR 코드 제공 등 현지화가 매우 잘된 케이스.

아프리카 대륙 전체 투자액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4개 국가의 특징

  • 이집트 : 중동진출을 교두보. 인구 1억명 이상으로 큰 내수시장. 정부주도로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 핀테크 이외에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 성장중.

  • 나이지리아 : 인구 2억명 이상으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 인구 대국이면서 아프리카 제 1의 경제대국! 50%넘는 실업률. 정부가 나서서 스타트업으로 문제해결을 도모.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대륙 최초로 디지털화폐 이-나이라를 출시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국가. 세계 2위 암호화폐 비트코인 거래량을 기록하기도 함!

  • 케냐 : 모바일 가입자 90% 이상. 동아프리카의 IT강국. 6%대의 낮은 실업률. 국제기구가 많다. 정부 주도로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 2013년 나이로비 외곽에 콘자 테크노 시티를 구축하며 혁신 생태계 구축에 성공. 한국과학기술원 KAIST 가 케냐과학기술원을 설립하려는 곳이기도 하다. 엠페사와 같은 핀테크 스타트업을 비롯하여 푸드, 교통,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스타트업이 활발한 활동 중.

  • 남아프리카공화국 : 가장 높은 구매력. 가장 고도의 기술 생태계. 높은 청년 실업률. 1990년대부터 시작된 꽤 오래된 스타트업 역사. 3G 네트워크를 100% 활용할 수 있는 국가로 ICT 관련 지표에서 아프리카 대륙 내 최고 수준 기록. 전통적으로 아프리카 대륙의 경제를 이끌어 온 국가. 전통산업을 기반으로 성장. 높은 실업률과 정치적 불안으로 투자액이 낮은 편. 전통 경제 강국이라서 오히려 투자가 어렵기도.

현지 사람들은 아프리카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 나이지리아 : 정부에 불신이 많은 편. 정부가 좀 더 스타트업 친화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 케냐 : 내수부족 문제 해결 필요. 고용시장 밖 비공식 경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 남아프리카공화국 : 초기 단계 스타트업 투자에 보수적.

아프리카 스타트업 생태계는 5가지의 키워드로 기억하자.

  • 기술 수준은 적정

  • 사회 문제는 해결

  • 인터넷은 모바일

  • 성장 분야는 핀테크

  • 투자는 임팩트

  • 통신, 인터넷, 경제 상황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인프라 때문에 엄청난 기술이 들어가기보다 가볍고 활용도 높은 기술을 이용하는 스타트업이 많다.

  • 아프리카 스타트업은 사회 인프라 자체를 개선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 1995년~2000년 당시 인터넷 사용률이 낮았기 때문에 인터넷 관련 비즈니스의 성장 자체가 힘들었고, 따라서 닷컴 버블도 겪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이 스마트폰 혁명이 일어났다. ... 테스크톱 컴퓨터를 건너뛰고 바로 모바일 생태계를 이루게 된 것이다.

  • (아프리카에서) 핀테크 스타트업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금융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는 상황 때문이다.

  • 여러 해외 국가는 일찍이 아프리카 현지에서 활동하는 자국 스타트업 육성에 힘쓰고 있고, 글로벌 기업도 아프리카 스타트업 생태계에 큰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프리카의 미래가 과소평가 되어있는 상황이다.

  • 아프리카 스타트업의 생태계에는 슈퍼 엔젤 투자자, 벤처케피탈, 개발금융기구, 글로벌 기업 등 다양한 투자자들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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