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주차

고객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도 여전히 OKR 과 실행계획을 보완하는 작업을 했다. 화요일에는 리더분들과 그동안 나온 실행계획에 대해서 정렬하는 미팅이 있었는데, 아래와 같은 피드백을 받았다.

  • 고객에 대해서 온전히 이해하고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 데이터가 말하는 것과 데이터를 통해서 나온 결론에 대해서 진짜 고객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머리를 한 대 씨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내가 고객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고도 고객이 남긴 흔적(VOC, 커뮤니티 내의 대화 등)을 통해서 똑똑하게 고객의 니즈를 파악했다고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

순서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나의 고객이 누구인지, 그들은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그들이 하는 일 중에서 어떤 부분을 어려워하는지를 고객의 진짜 목소리를 통해서 파악하고 꼭꼭 씹어서 내 것으로 이해한 뒤, 그것을 다른 대다수의 고객들도 그렇게 느끼는지 데이터를 통해 입증해야 맞는 프로세스였다. 그런데 나는 데이터를 통해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런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을 피상적으로 파악만 했고, 고객들이 말하는 불편, 그 이면의 이야기를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 고객은 단 한명도 만나지 않고, 스스로 고객이 되어보지도 않고 실행계획만 무자비하게 생각해내니, 좋은 결과물이 나올리가.

고객을 파악하는 범위도 완전히 잘못되었었다. 나는 우리 서비스를 알고있거나 이미 사용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페인포인트를 찾으려고 했었는데, 이렇게 할 경우, 우리 서비스를 모르는 고객들의 니즈는 파악할 수 없는 채, 편협한 시야로 문제정의가 이루어진다는 문제점이 생긴다. 처음부터 기존 고객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개선"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아예 이 타겟군에 대해서 전체적인 이해를 한 뒤, 새로운 기능을 만들지, 기존 기능을 개선할지, 마케팅을 해야할지 등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을 해야했던 것이다.

다른 그 어떤 사람보다 고객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만들어야할 내가 고객은 단 한명도 만나지 않고 서비스를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PM으로서 처음으로 문제를 발굴해내는 이 시점. 그동안 당연하게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 그 진리를 나는 누구보다 쉽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안다는 것과 행동한다는 것은 다르다. 초심을 잃지 말고, PM으로서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잊지 말자.

진심을 다해 일을 한다는 것

결국에는 고객과 직접 만나서 그들을 온전히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았다. 무슨 질문을 할 것인지도 정확하지 않았고, 내가 뭘 알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냥 일단 고객하고 단 몇 분이라도 대화를 나눠보고 싶었다. 그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어떤 생각과 느낌으로 하루를 살아가는지, 그 과정에서 느끼는 페인포인트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러던 중, 스마트스토어에서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는 친구가 생각났다. 소 갈비찜분야에서 1위를 하고 있는 그 친구는 누구보다 일에 진심이었고, 누구보다 그 분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일 것 같았다. 다급하게 친구에게 SOS를 쳤고, 너무나도 흔쾌히 인터뷰에 OK를 해줬다.

어제였던 토요일, 그 친구와 구글 미트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고, 1시간으로 예정되어있던 인터뷰는 무려 2시간 10분을 기록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열심히사는 친구인 것은 알았지만, 인터뷰를 하면서 이 친구가 얼마나 진심으로, 제대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존경스러웠고, 부러웠다. 일에 대해 말하는 그 친구는 그 누구보다 행복해보였고, 자기가 해온 일들에 대해서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동시에 반성을 하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열심히 일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진심으로 일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설명할 때, 신나서, 눈을 반짝거리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순간을 꼭 만들어내고 싶었다. 그동안은 너무 게으른 나무늘보이지 않았나 싶다.

동료

이번주 내내 소상공인에 사로잡혀 지지부진하고 있었고, 내내 잔뜩 쪼그라들었었다. 다른 PM 들과 함께하는 미팅에서 있는 그대로의 현재 상태를 공유했는데, 각 PM들마다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하나씩 던져주는 것이 아닌가. 나 혼자 끙끙 앓고 있을 때에는 그냥 어두운 긴 터널을 터벅터벅 걷는 것 같았는데, 이렇게 문제를 꺼내놓고나니, 좋은 생각들을 한번에 들을 수 있게 되어서 심적으로도 큰 힘이 되었고, 일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동료들이 건네준 아이디어 덕분에 사내 자유채팅방을 통해서 직접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 인터뷰이를 모집하기도 했고, 관련 주제로 깊게 고민을 해본 적 있는 타 부서 사람과 미팅을 잡기도 했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이렇게 받은 만큼 나도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고 싶다. 꼭 누군가에게 내가 받은 만큼 돌려줄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대청소

다음주에는 동기들과 연말 파티가 있다. 딱히 갈 곳도 없고, 오랜만에 오붓하게 우리끼리 이야기를 나눴음해서 우리집으로 처음 초대를 했는데, 덕분에 그동안 밀려왔던 대청소를 하게 되었다. 이곳저곳 묵혀뒀던 찌든때를 닦아내니 몸은 힘들었어도 기분은 째졌다.

건강한 삶

일 때문에 이번 한 주간 너무 안좋은 컨디션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루 동안 미처 다 끝내지 못한 일을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한다던가,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집가서 맥주를 뜯는다던가 여러모로 안 좋은 하루들을 보냈다.

스스로와의 약속으로 지키기로 했던 하루 루틴도, 늦잠을 자서나 밤을 새거나 해서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건강한 음식을 먹지도 못했고,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하지도 못했다.

다음주는 루틴화된 하루를 보내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고 싶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피곤하니 좋아하는 일이고 뭐고 그냥 다 필요없어지더라. 내가 왜 이렇게 사나-하는 현타만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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