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27일
무용하다는 생각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고 매우 추운 하루였다. 해도 뜨지 않은 새벽부터 회사로 나갔다. 보통 일찍 출근하는 날이면 조금 피곤해도 기분이 좋기 마련인데, 오늘은 왜인지 그렇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내가 잘하고 싶은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있지 못해서일까. 요즘은 괜히 온갖 것들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은, 그런 못난 마음이 든다. 내가 다른 동료들보다 더 못하고 있는 것 같고, 뒤쳐지고 있는 것 같고, 요즘은 유난히 못생겨보이고, 살도 더 찐 것 같고, 성격도 더 우울해지는 것 같고, 건강도 나빠지는 것 같다.
마음에 드는 하루를 보낸 적이 언제였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능력보다 욕심이 많은 탓에 늘 나의 하루하루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욕심 그득한 주인을 만나 괜히 고생만 엄청하는 것 같아서 내 몸에게도 조금 미안해진다.
일을 더 잘하고 싶다. 더 똑똑하게 시간을 알차게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 배움의 즐거움을 가득 안고 맛있는 토론을 하는 사람이고 싶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잔뜩 신나서 누군가와 시끄럽게 떠들고 싶다. 함께 고민하고 함께 떠들고 함께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좀 더 똑똑한 사람이고 싶다. 내가 설계한 세계에서 누군가가 감동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경험을 꼭 하고 싶다.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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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룸메이트를 통해 몰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 워낙 재주가 많아서 이것저것 많은 분야를 동시에 하던 친구인데, 몰입에 대한 강연과 책을 읽고 나서는 느낀게 꽤 많아진 모양이다. 옆에서 듣는 이야기가 있다보니, 나도 자연스럼게 생각하게 된다. 나는 지금 무엇에 몰입하고 있는가. 나는 무엇에 몰입하면서 행복한가.
오늘 하루는 핵심보다 그 주변에 더 많이 신경을 쓴 것 같다. 아깝게 하루를 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분명 돌아보면 유의미한 성과는 있었을 것이다) 내일은 나의 고객, 나의 서비스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활실하게 감을 잡았다는 느낌이 들도록 노력해봐야겠다. 몰입해봐야겠다. 하루종일. 그 생각으로만 가득 채워보고 싶다.
이번주의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다. 주어진 이 시간을 절대로 놓치지 말자. 최선을 다해보자. 후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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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다고 그냥 훌러덩 잠들었다면, 나는 분명 내일 새벽 회고를 길~게하며 지난 날을 후회하고 있었을 것이다. 오늘 하루에 대해 오늘 글을 쓰며 마무리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준 룸메이트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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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하다고 느끼기만하고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냥 그 사람은 부족한 사람이 된다. 부족함을 느끼고 움직여서 더 나은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성장하는 과정에 있었던 사람이 된다. 나는 시간이 없다고 계속 미루기만 하지는 않은가? 혹시 움직이지 않고 입으로만 툴툴거리는 사람은 아닌가? 다시,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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