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4주차

늦잠과 나의 하루

요즘 부쩍 아침에 일어나는게 너무 어렵다. 야근을 한번 하게 되면 다음날 일찍 일어나는게 더더욱 힘들기도 하거니와, 딱히 그렇게 무리하지 않은 다음날에도 그냥 일어나는 것 자체가 힘들다. 아침 모닝콜이 5시이지만, 한번도 제 시간에 개운하게 일어난 적이 없는 것 같다. 보통 2-3번 정도는 알림을 끄고 일어나게 되는 것 같다.

원인이 뭘까. 생각이 많고 고민이 많던 시절에는 새벽시간을 이용해서 내 생각을 잘 정리해냈고, 정말 새벽에만 느낄 수 있는 그런 깨달음의 시간을 경험했다고 자신할 수 있었는데, 어느새 나는 머리속이 개운하게, 속시원한 글을 써본지도, 길게 내 생각을 정리한 만족할만한 글을 써본지도, 온전히 책에만 몰입하며 하루종일 독서를 한 것도 꽤 오래전의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 내 생각과 철학을 담은 뭔가를 해내고 싶다. 그것으로 들뜨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내 생각의 지평이 넓어지는 그런 경험을 하고 싶다.

마음이 공허한 탓일까, 텅 빈 머리가 깡통처럼 변해간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나의 모습이 별로라고 생각된다. 우선 책부터 시작하자. 헛헛한 마음과 시끄러운 머리는 책에 깊게 몰입하며 잠재워보자.

고객 만나기

지난 한 주, 나는 나의 고객들을 만나 최소 30분 이상 대화를 나눴다. 2주 전, 고객들과 단 한마디도 대화를 나누지 않고, 그냥 내가 지켜본 현상과 데이터를 중심으로 실행계획을 막 이야기하고 나서 고객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는 것 같다는 피드백을 듣고 난 뒤였다. 처음에 그런 피드백을 들었을 때는 "꼭 고객이랑 직접 말을 해야 고객을 이해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고객들이 인터넷 상에 남겨놓은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엿들은 것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는 것인가?" 하는 반감이 들었었고, 납득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실제 고객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눠보니, "고객에 대해 이해한다"라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왜 내가 그런 피드백을 받았는지 알 것 같았다. 실제로 그들이 일하고 있는 환경에 대한 것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 그들이 했던 경험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니, 훨씬 더 밀접하게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 문제들에 더 큰 공감이 갔다.

무엇보다 고객과 이야기하기 전에는 "다른 고객들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들이 원하는게 진짜 이것인지 어떻게 알지?" 라는 물음에 나는 자신있게 대답을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고객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본 뒤의 나는 자신있게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이런 것이었어요. 이런 페인포인트가 있더라고요" 하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는 앞으로 어떤 기능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면 무조건 고객부터 만나볼 것 같다.

크리스마스 준비 (feat. 모루 트리 만들기)

한창 고객들을 만나던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회사에서 퇴근 후에 다같이 모루철사로 트리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있어서 나도 참여하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간단하게 호로록 만들 수 있을 줄 알고, 마침 금요일에 있을 파티에 놓으면 너무 안성맞춤이겠다 싶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트리만들기는 꽤나? 품이 많이 들었고, 나는 트리 사이즈 자체를 너무 크게 한 탓에 결국 망했다. (나무 모양이나 다 만들 수 있을까 했던) 트리를 완성하기는 했지만, 꾸미는 것에는 영 대충해버려서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3시간이나 들인 것치고는 얻은 것은 없었다.

그래도 트리 만들고 나서 다같이 모아서 보니, 너무 예쁜 모습도 있었고, 트리를 만드는 내내 모르는 동료들과 재미있게 이야기하며 트리 만들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다들 행복한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뭐 하나 이야기만해도 화기애애했고 빵빵터졌다.

집에 돌아와서 룸메이트에게 보여주니, 굳이 안가져와도 될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기는 했다😂

오랜 친구들

지난 주, 벌써 10주년차인 동기들과 함께 우리 집에서 조그마한 홈파티를 했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음악, 대화카드와 보드게임을 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분명 좋은 시간을 보낸 것 같긴한데, 음 뭐랄까 왠지 모르게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각자 안정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30대라서 그런지, 아니면 더이상 옛날처럼 왁자지껄하게 노는 우리가 아니라서 그런지 뭔가 달라진 느낌, 뭔가 옛날만큼 재미있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기분이 정말 묘했다.

사실 오늘뿐만 아니라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이런 감정들을 느끼곤 했는데, 나 스스로가 겪고 있는 문제 같기도 하고. 이게 뭔지 그 정체를 좀 더 파봐야겠다.

맛있는 음식과 사랑 사이의 관계

나의 연인은 맛있는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과 먹는 것을 인생 최대의 행복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나도 그에 동의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사귀기 시작한 그날부터 거의 푸드파이터처럼 서로를 살찌우기 시작했고,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

음식을 먹을 때는 행복하긴 한데, 그게 충동적인 감정인지, 정말 행복감인지는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이제는 우리의 건강이 슬슬 걱정되기 시작해서... 다가오는 새해에는 진짜 건강을...! 건강한 몸을...!!! 가장 큰 목표로 세워야하지 않을까.

꿈에 대한 생각들

요즘 꿈에 대한 생각들이 점차 흐려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내가 뭘 하고 싶었던 것인지, 점점 옅어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 어쩌면 아침에 제 시간에 못일어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지 않나 싶다.

나를 되찾고, 꿈을 되찾아와야겠다. 한번 찾았다고 안심한 순간부터 옅어지는 것이 꿈인 것 같다. 다시 되찾고, 매일 매일 기억하고 생각해야겠다. 내가 일을 하는 이유를,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내가 이루고자 했던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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