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1주차
게으르지만 따뜻했던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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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르지만 따뜻했던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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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이 되었다. 제주 여행에서의 복귀로 한주를 시작했는데, 역시나 여행에서 바로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은 넘나 힘든 일이었다. 사실은 일요일에 서울에 도착했는데, 공사모 홈페이지의 릴리즈를 앞두고 있어서 여행에서 복귀하자마자 나는 일을 했다 😂 거의 그날도 새벽 1시가 되어서야 겨우 잠들었는데, 아무래도 40명이 넘는 멤버들에게 몇 개월간 고생했던 IT 팀의 결과물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순간이라 좀 더 엄격하고 꼼꼼하게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원래 목표대로 그 일요일에 바로 멤버들에게 공유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다른 팀원들이 함께 QA 이슈 해결에 동참해주어 기간을 조금 뒤로 미루어 수요일에는 전체 멤버들과 공유할 수 있었다.
공사모는 대부분의 멤버들이 IT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QA 과정은 최대한 단순화하고 자연스럽게 진행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래서 테스트 가이드 문서도 만들고, 분명 링크를 클릭해서 안열어볼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도 이미지로 캡쳐해서 아예 슬랙 내에서 바로 볼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생각보다 멤버들이 QA에 적극적으로 임해주었고, 이슈도 많이 제기해주어 홈페이지가 한층 더 꼼꼼하게 다듬어질 수 있었다. 공사모 멤버들에게 의외로 엄청나게 감동받은 순간이었다.
다음날이었던 월요일은 간만에 카페로 나가서 일요일에 못한 한주회고도 작성하고, 남은 기간동안 해야할 일들에 대해 계획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보냈다. 드링크뎁스
라는 서비스를 우연히 알게되어 정해놓은 키워드로 일주일에 두개의 카페를 추천받고 있는데 나는 카페에서 주로 노트북 작업을 많이 하는지라 우리 동네 근처에서 노트북 작업하기 좋은 동네를 키워드로 설정해두었고, 카카오톡 채널로 매주 좋은 카페를 추천받아왔다. 그동안 가봐야지 생각만 했던 카페 중 한 곳을 골라서 방문했는데, 음료도 너무 맛있었고 분위기도 너무 만족스러웠다.
같은 날 저녁 함께 살고 있는 룸메가 7월 마지막 날까지 쓸 수 있는 영화 티켓이 있다고 해서 급하게 엘리멘탈을 봤다. 주변에서 재밌다고들 할때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막상 영화관에서 보니 내 인생 디즈니 영화가 주토피아에서 엘리멘타로 다시 한 번 갱신되어버렸다.
물, 불, 흙 등의 요소들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 생각을 한다는 디즈니의 상상력에 너무 놀랐고, 각각의 요소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너무 유쾌하게 잘 풀어내서 진짜 귀염뽀짝 반하는 장면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디즈니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좋아하는 편인데 적절하게 이 세상의 어두운 면들, 편견들을 아주 유쾌하고 재치있게 담아내면서 마지막에는 결국 희망을 잃지 않고 어려움을 이겨내는 스토리텔링은 팍팍한 삶에서 한줄기의 용기와 희망을 준다. 주토피아를 볼 때도 같은 동기부여, 희망, 용기를 얻었던 것 같다. 이러니 디즈니를 사랑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화요일은 오랜 친구에게 오마카세를 선물하는 날이기도 했다. 우리는 서로 축하할 일이 있다면 좋은 일이 생긴 사람이 멋진 밥을 사면서 축하하는 전통이 있는데, 그동안은 그 친구가 축하할 일이 많았어서 나는 늘 얻어먹기만 했었다. 나도 곧 친구에게 맛있는 밥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최근 이직을 하게 되면서 그 기회를 얻게 되었다. 지난 번에 한번 방문한 적이 있던 홍대 오마카세에 방문했고, 화요일 저녁시간에는 우리밖에 손님이 없어서 셰프님과 이런저런 스몰토크를 하며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수요일에는 본가에 방문해 여행에서 돌아오신 아빠와 엄마와 함께 내 생일파티 겸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시간을 보냈다. 오랜만에 엄마 아빠 얼굴도 보고 재미있었던 여행 이야기도 들으니까 나까지 괜히 행복해지는 느낌! 따뜻하게 마음을 충전하는 시간이었다.
토요일에는 15년지기 친구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사실 워낙 유쾌하고 재미있는 친구라서 나는 이 친구의 결혼식에서 내가 울 줄은 몰랐는데 ㅋㅋㅋㅋㅋ 아버님 손 잡고 입장하는 모습을 보니까 기분 참 이상하고 뭔가 뭉클해서 눈물이 쬐끔 맺혔었다. 결혼식 전주에 급히 가방순이 직책을 맡아서 나름 사명감(?) 을 갖고 신부 대기실에서 계속 머무르며 식권도 드리고 사진도 찍으면서 친구를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는데, 진짜 많은 사람들이 와주고 축하받는 친구 모습을 보면서 이 친구 정말 잘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내가 괜히 다 뿌듯하고 그랬다.
같은 날에는 결혼한 친구의 집으로 놀러갔다. 결혼 이후에는 한번도 못본 친구라서 더 너무너무 반가웠는데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알차게 6시간동안 먹고 마시고 재미있는 대화를 했다. 생각지도 못하게 엄청난 응원과 힘을 받아서 중간중간 또 눈물흘리기돜ㅋㅋㅋㅋㅋㅋ (어쩌면 나 F일지도...?)
한 주간 틈틈히 책을 읽었고, 책읽는 중간에 외주 개발작업 마무리에 박차를 가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책은 많이 읽지 못했고, 외주 작업도 겨우 정상 플로우만 체크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한 주 동안 못봤던 사람들을 만나고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보답하면서 꽤나 따뜻한 한 주를 보낼 수 있었다. 이번주부터는 진짜 빡시게 새로운 조직에 적응모드에 돌입해야할 것 같은데 지난 한주동안 받은 따뜻한 기운을 발판삼아 힘차게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주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