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보물창고

2024년 8월 25일

얼마 전, 애정하는 동료와 함께 늦게 업무를 끝내고 간단하게 한잔했다.

우리의 관계는 온보딩 담당자와 대상자로 시작했지만, 그 뒤로는 그룹 리더와 팔로워가 되었고, 지금은 서로 다른 트라이브에 속해 멀리서 서로의 지긋지긋한 하루를 응원하는(ㅋㅋㅋㅋ) 좋은 동료가 되었다.

같은 일을 하는 동료이기에 누구보다도 서로를 잘 이해하고 응원할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고, 그렇기 때문에 함께 넋두리를 하다보면 해결되는 건 하나도 없어도 마음이 편해진다. 회사에서 이런 존재가 있느냐, 없느냐는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그 동료와 하는 술자리는 늘 좋은 대화로 가득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편인데, 그날도 서로의 인생관과 가치관이 얼마나 다른지를 확인하면서 재미있는 대화를 했다.

이번 여름에 제주도로 같이 워케이션을 다녀왔는데, 그때 같이 아침 러닝하면서 내가 이야기했던 부분이 그에게는 꽤나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아마 나는 당시에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 평소에 유튜버 랄랄의 콘텐츠를 즐겨보는데, 최근에 임신한 뒤 아줌마 명화씨 캐릭터를 만들어서 일하는 그를 보며 정말 천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친어머님을 비롯하여 노래교실 어머님들, 시장 어머님들과 재미있게 콘텐츠를 찍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인생이 참 재미있겠다고 느꼈다.

  • 그를 보면서 돈이 되는 일을 찾고 거기서 재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재미있는 일을 찾고 그것을 어떻게 돈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훨씬 더 지름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야기가 그 동료에게는 크게 와닿았는지, 그 뒤로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인생에 대해서 생각이 많아졌다고.

또한 그 친구는 내가 면접볼 당시에 포트폴리오 겸 블로그로 제출했던 이 블로그가 아주 기억에 남는다며 잊고 있던 이 곳의 존재를 다시 깨워주었다.

사실 입사한 뒤로는 하루같이 너무 정신없는 나날의 연속이었어서, 글을 거의 쓰지 않았기도 하고, 쓸일이 있으면 브런치에 적곤 했는데, 그 동료 덕분에 이곳에 다시 들어와서 옛날의 내가 썼던 글들을 하나씩 훑어보자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 하루하루 불안하고 초조한 날들의 연속이었던 것 같은데, 나름대로 알차게 재미있게 인생을 살았구나

  • 그때의 나는 주간 회고를 꾸준히 하며 매일 성장하는 사람이었구나

  • 그때의 나는 읽고 싶은 책들이 한 가득 있었고, 그를 통해 지식을 얻는 것을 좋아했구나

소중한 보물창고를 다시 되찾은 기분이다.

노션 - 브런치 - gitbook 을 매번 헤매이면서 정착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있었는데, 역시 돌고 돌아서 여기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열심히 다시 지식을 채우고, 스스로와 세상에 대해 공부하며 깊게 파고들어 기록하고 기억해야지.

Last upd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