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회고
[1차] 2024.12.06 [2차] 2024.12.09 [3차] 2024.12.10 [4차] 2024.12.14고
1. 총평
2024년 목표-였던 것
2024년에는 현재 회사에서 누구에게나 능력있는 PM으로 인정받는다.
✅ 2024.05 모바일 앱 베타 런칭
✅ 2024.06 태블릿 앱 베타 런칭
✅ 2024.08 앱 정식 런칭
⚠️ 2024.12 성과를 만드는 PM이 된다.
⛔ 2024.12 6개월 안에 개인프로젝트로 성과를 만든다.
목표는 달성하였는가?
회사에서 능력있는 PM으로 인정받기
상사 : ✅
동료 : ✅
자체평가 : ⚠️
개인 프로젝트 : ⛔
2. 일과 조직
한줄평 : 앱, 앱, 앱!
1월 소상공인
2023년 8월에 입사했던 나, 들어오자마자 너무 큰 대형 프로젝트의 매니징만 하게 되어 문제발굴하는 그 과정을 간절하게 원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소상공인을 타겟팅하는 작은 스쿼드를 꾸릴 수 있게 되었고, 고객 인터뷰, 고객 데이터 분석 등 그동안 못했던 것을 원없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문제발굴을 하면 할수록 소상공인들은 우리 제품을 돈을 내고 적극적으로 쓸 확률이 낮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국 나 혼자 있던 스쿼드는 해체하게 되었다.
아쉬움이 있는지?
건강 - 작년 말부터 올해 초에는 내가 발가락 골절상을 입게 되어 깁스를 한 상태였다. 그렇다보니, 몸으로도 적극적으로 뛰어다니면서 뭔가를 해내지 못했었던 것 같다.
증명 - 순수했던 것 같다. 스쿼드가 일단 꾸려지면, 적어도 일정 기간에는 그게 유지될 줄 알았다. 이 스쿼드가 존속해야하는, 이 시장이 유망하고, 이 타겟고객에 우리가 집중해야하는 이유를 내가 더 적극적으로 어필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안심했고 안일했다. 생사의 기로에 있었는데, 그것을 빨리 알아채지 못했던 것 같다.
행동 - 거의 한달 반 정도를 문제발굴만 파고 있었는데, 그렇다보니 유의미한 액션 하나 해보지 못한채로 그냥 끝나버리는 것이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려 윗분들이 반대하고 의심하더라도 조그마한 액션 하나 해보고, 개인적으로라도 뭐라도 해보고 그만두었다면 참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부터는?
회사 내에 있던, 밖에 있던 상관없이 앞으로 나에게 시간과 리소스가 주어진다면, 최대한 아낌없이 활용하여 빠른 시간 안에 결과를 가져오는 것에 200% 몰입할 것이다.
1~3월 모바일 개편
소상공인 문제발굴 이후, 함께 일했던 리더분의 권유로 모바일 스쿼드를 맡게 되었다.
당시 모바일 스쿼드는 10명으로 조직 내 구성인원이 가장 많은 곳이었고, 전사적 OKR 달성에도 중요했기에 많은 인원을 잘 매니징하면서 목표 달성을 해내야했던 상황이었다.
우리의 OKR은 3월까지 모바일2.0 개편, 4월까지 앱 런칭이었는데, 이를 위한 개발 진척도를 마일스톤으로 체크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모바일 웹 개편과 앱 런칭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목표였는지 새삼 깨닫지만, 당시에는 이미 OKR이 세워졌기 때문에 나는 조직의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까?-에만 집중을 했었던 것 같다.
만약 모바일 스쿼드를 맡게 되는 그 시점으로 다시 되돌아간다면?
제일 먼저 할 것은 우선 기대치 정렬이다. 회사에서 모바일 앱에 기대하는 기대치가 어느정도 수준인지를 먼저 상위 리드와 정렬했을 것이다.
그 뒤에는 그 기대치에 맞게 OKR이 제대로 설정이 되어있는지 재점검을 했을 것이다.
모바일 개편 작업은 8명정도의 개발자와 2명의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모두 매니징하는 것에서 오는 "양적"부담감이 있었지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앱을 런칭하기 위해 진행했던 작업들은 꽤나 애를 먹었었는데, 가장 첫 번째 문제는 이 조직에서 앱을 만들어봤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에 웹과 앱을 같이 만들어서 런칭한다는 무리한 계획을 세웠고, 일단 웹을 잘 만들고 나면, 앱은 권한설정, 카메라 동작 등 앱스러운 동작들만 몇 개 설정하면 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막상 프로젝트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모바일 개편작업에 몰입하느라, 정작 PM, PD 단에서는 앱 사용자 관점에서 사용자 여정을 한번도 그려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모바일 개편 작업이 어느정도 마무리될 때쯤에야 앱 사용자의 여정을 그리고, 그에 맞는 기획들을 하나씩 완성해나갈 수 있게 되었다.
이 시점으로 돌아간다면?
최종 목표는 앱을 만드는 것이었고, 모바일 개편은 그를 위한 하나의 거쳐가야하는 과정이었다. 그렇다면, 다시 이 시점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처음부터 앱 사용자 관점에서 여정을 그려보고 회사가 바라는 최소한의 앱의 모습을 갖추면서, 사용자가 사용하기에 거슬림이 없는 정도로 앱만의 로드맵을 처음부터 그리고 시작했을 것 같다.
또한 이 시기에 모바일에만 집중하느라 태블릿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생각이 되는데, 앱은 결국 모바일과 태블릿, 모두에서 사용될 수 있고, 특히 우리 서비스는 태블릿 유저들이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되니 태블릿에 대한 고민도 이 시기에 같이 이루어졌어야 맞을 것 같다.
일이 많았던 것과는 별개로, 사람과 조직의 운영에 대한 고민을 이토록 깊게 해본 것도 이 시기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 나의 하루를 돌아보면, 매일 거의 사무실에 1등으로 출근하여 거의 가장 늦게 퇴근했으며, 아침에는 도착하자마자 프로젝트 이슈들을 관리하고 오후에는 디자이너, 개발자, CX, QA, PM 등 각종 다양한 팀에서 들어오는 문의들을 응대하느라 하루를 다 쓰고 있었다. 거의 매일 주말출근을 했었기에 건강도 안좋아지고 있었다. 여기서 문제는 단순히 일이 많고 근무시간이 길다는 것이 아니라, PM인 내가 프로젝트 매니징과 응대에 시간을 100% 가까이 소비하고 있기 때문에 정작 제품을 전체적인 시야에서 바라보며 방향성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어느날은 이런 나를 보고 있던 리드가 따로 불러내서 계속 이렇게 일할 것인지 물었다. 이제 프로젝트가 거의 끝나기 때문에 일단 해야죠-했지만 리드는 PM이 제품에 대해 계속 고민할 시간이 부족하면, 전체적으로 프로젝트가 산으로 갈 수 있음을 당부하며, 어떻게든 이 시간을 철저하게 확보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때 이야기한 개념이 "divide and conquer"이었는데, 매니징할 사람 개개인이 많으니, 그들을 그룹 단위로 묶어서 나는 소수의 서브리더들과만 정렬을 하고 그 하위의 이슈들은 모두 그 서브리더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시스템이었다. 알고리즘 문제 풀 때만 보던 개념이 갑자기 이렇게 조직관리에도 적용해볼 수 있음에 새삼 놀람과 동시에 나 혼자 책임감만 가지고 갈려나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조직의 목표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때 크게 깨닫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내가 책임감을 가지고 어떻게든 프로젝트를 잘 이끌어간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당시에도 주기적으로 회고를 하고 있었기에 그 때의 기록들을 다시 꺼내보면, 이 시기는 가장 많은 좌절과 고통을 경험했고 건강도 매우 안좋은 상태였지만, 그래도 누구보다 깊게 고민하고 치열하게 일하며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divide and conquer
회사에서 상사도 이 개념을 말하긴 했지만, 당시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는 30년간 자영업을 해오며 직원들을 매니징하던 우리아빠 역시 내가 회사에서 매니징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할 때,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다. 아빠가 직장생활을 했을 때나 지금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터득했던 노하우들을 알려주는데, 회사에서 상사가 했던 이야기랑 소름돋게 비슷해서 역시 리더들은 다 똑같구나- 싶었던 순간이었다.
의사결정 회고록
성과리뷰에서 우유부단하고, 애매한 태도 때문에 PM으로서 가지고 있는 다른 장점들이 모두 가려진다는 피드백을 듣게 되었다. 어느정도 스스로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개선할까- 고민하다가 "의사결정회고록"이라는 것을 만들게 되었다.
PM은 업무 내내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사람인데, 가끔씩은 왜 그때 그 문제를 그렇게까지 오래 고민했지? 싶은 순간들이 있었다. 지나고보면 답이 꽤나 명확했는데, 당시에는 내가 그 상황에 갇혀있다보니,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있었고 나중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결론으로 치닫는 경우가 있었다.
매번 긴 시간 고민하고 잘못된 결정을 할까 걱정하기보다는 내가 한 의사결정을 적고, 이를 주기적으로 돌아보며,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떤 결정이 더 나았을까? 정리해보기로 한 것이다.
효과는?
실제로 이렇게 글로 적다보니 이전의 결정들에 대해서 잘한 결정, 잘못된 결정이 명확하게 보였고, 다음에는 같은 상황에 좀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3월 연봉협상
회사에 와서 처음 해보는 연봉협상이었는데 그 방식이 조금 충격적이었어서 기록으로 남겨보고자 한다.
연봉협상을 위해 우리 리드는 먼저, 구글 폼으로 본인이 받고 싶은 희망 연봉과 그 이유를 적으라고 한 뒤, 본인을 포함한 같은 직군 동료들의 예상 연봉 순서를 매기고 그 이유를 적어서 제출하라고 했다.
누군가는 이 방식이 잔인하다고 느끼거나 거부감이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의 입장에서는 솔직하고 투명한 방법이라고 느껴져서꽤나 만족스러웠었다. 보통 한국에서 하는 연봉협상은 회사측의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운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진행하니, 동료들이 나를 어느정도로 생각하고 있는지를 일단 인지할 수 있고, 내가 왜 이 연봉을 받을 수 밖에 없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사실 결론적으로 보면 회사측의 통보와 다름없지만, 그 소통의 과정에서 이렇게 한번 수고스러움을 거침으로서 구성원들은 불만이나 쓸데없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동료들에게 더 인정을 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동기부여를 받으며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았다.
4월 앱 런칭 준비
모바일 개편과는 또 별개로, 앱 서비스 하나를 만들어 런칭하기까지, 정말 많은 시련이 있었다.
인앱결제 - 우리 서비스는 무형의 구독형 서비스라서 정기구독 결제 기능을 위해서는 스토어 인앱결제를 개발했어야 했는데, 웹에서의 결제 시스템 이외에 새로운 결제 시스템이 도입되어야했어서, 그 과정에서 글로벌 통화에 대한 대응, 기여자들에 대한 정산 정책, 인앱결제 개발을 위한 외부 서비스 설정 및 기존 웹 구독자들이 앱을 사용할 때에 대한 시나리오(혹은 그 반대) 등 다양한 부분에서 정책적인 결정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논의를 할 수 있었다.
개인정보처리방침 등 약관 개정 - 웹과 앱에서 각가 제공하는 기능이 달라지고, 결제 시스템도 달라지면서 기존 약관에 일부 개정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를 위해 나는 현재 우리 서비스가 고객 대상으로 받고 있는 거의 모든 약관을 검토하며 문제될만한 부분이 있는지 확인을 하는 작업이 필요했고, 서비스 런칭일 기준으로 약관 개정일이 반영되도록 미리 법률 검토 및 개정 약관에 대한 고객 고지 등의 작업을 수행했다.
모바일, 태블릿, iOS, Android 대응 - 웹도 물론 다양한 브라우저가 있고, 사용환경이 다양하지만, 앱은 특히나 기기 특성(스마트폰, 태블릿)과 운영체제(iOS, Android)까지 고려를 해야했고 그 케이스도 워낙 다양하다보니 이에 대한 대응 기준을 정하는 것이 어려웠고, 꼭 되어야 하는 기능이 특정 환경에서만 안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이런 부분도 참 어려웠다.
베타테스트 준비 - 정신없이 앱을 개발하는 와중에도 PM이었던 나는 앱 베타 런칭에 대한 준비를 병렬적으로 해야했고, 각종 배너, 피드백 수집 방법, 오픈 범위 등을 고민하는데 시간을 꽤나 썼다.
5월 앱 베타런칭
그렇게 약 4개월 간 스쿼드원들과 진짜 정신없이 만들었던 앱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베타 런칭 결과, 고객분들이 기대 이상으로 적극적으로 관심과 피드백을 주셔서 정말 감사했던 기억이 있다. 이 기간 동안 우리 스쿼드는 매일같이 피드백 확인 -> 우선순위 정렬 -> 관련 기획 및 개발 진행 -> 앱에 반영 -> 다시 피드백 확인 -> ... 이 사이클을 계속 돌며 앱을 조금씩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들어갔다.
이 기간동안 나를 가장 괴롭혔던 이슈는 바로 "태블릿 앱"에 대한 의사결정이었다. 우리 서비스는 특성상 모바일 고객보다는 태블릿 고객이 훨씬 많아보였는데, 태블릿에서의 사용성은 PC웹을 감싼 수준이라서 아직 고객 만족도가 높지 않은 상태였다. 스쿼드 인원은 제한적이고, 정식 런칭 목표까지 남은 기간은 별로 없는데, 태블릿 앱까지 대응하기에는 너무 촉박하고 고려해야할 것이 많아 보였다. 마침 그 무렵쯤 입사하신 시니어 PM분께서 태블릿 앱에 대한 경험이 있어서 자문을 구해봤는데, 채널이 너무 많아지면 신경쓸 것이 너무 많아지니, 일단 모바일부터 런칭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주셨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태블릿 앱을 런칭하기로 결정하였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우리 서비스는 태블릿 고객이 많기 때문에 태블릿없이 모바일 앱만 런칭하는 것은 반쪽짜리라고 생각했다.
잃을 것이 없다. - 이미 태블릿 앱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고객으로부터 직접 목소리를 듣고 니즈를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다. - 일단 고객에게 공개를 해봐야 좋은지 나쁜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한편, 롱프레스 동작을 통한 기능 진입점과 관련하여서도 이슈가 있었는데, 이 역시 내부 UT 진행 및 정량 데이터 확인 등의 과정을 통하여 무사히 해결했지만, 앱 런칭 시점과 맞물려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발생한 의사소통 이슈였어서 해결하는 과정에서 굉장한 에너지를 소모했었다.
8월 앱 정식 런칭 & 스토어 1위!
대망의 8월! 약 3개월 간의 베타 기간을 거쳐 드디어 정식 런칭을 했던 달이다.
iOS는 앱 메타데이터의 약관 링크 오류, 인앱결제 관련 이슈 등 몇 가지 사유 때문에 심사 리젝을 2번 당하긴 했지만, 그래도 각 담당자 분들이 빠르게 대응을 해주셔서 일정 내에 문제없이 런칭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앱은 런칭하자마자 플레이스토어, 앱 스토어에서 디자인 카테고리 무료앱 1위를 차지하면서 OKR을 무난하게 달성하게 되었다. (iOS 태블릿 앱은 무려 굿노트를 제치고 무료 인기차트 1위를 하기도 했다...!)
9월 태블릿 최적화
앱을 런칭하는 것이 2분기 OKR이었다면, 3분기부터는 앱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주된 목표가 되었다. 나는 그 중에서도 앱 사용자의 49%를 차지하는 태블릿 사용자들이 계속 신경쓰였었는데, 이들을 위해 사용성을 개선하는 것을 팀 내 세부 목표로 삼고 일을 진행했다.
내가 진행했던 핵심적인 작업은 "태블릿 사용자를 위한 에디터 개선" 이었는데,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 프로젝트는 실패였고, 결국 고객분들께 공개되지도 못했다.
왜 실패했다고 생각하는지?
좋은 문제 정의는 문제를 이미 90% 정도 해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항상 신경쓰고 있던 터라, 문제 정의에만 몰두했고, 그에 대한 좋은 해결방법에 대한 고민을 상대적으로 게을리했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타협안을 선택해서 어느쪽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원래 진짜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공수가 너무 많이 드는 작업이었고, 그래서 적절하게 타협안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이 결정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느쪽도 만족시키지 못한 타협안은 쓸모가 없게 되었다.
이왕 만든거 고객한테까지는 공개해봐도 괜찮지 않았는지?
실험실 딱지를 붙이고 고객한테까지 공개해보고 피드백을 받아볼까-도 고민해봤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이미 4분기 okr 이 현재 작업과 다른 방향으로 잡혀있던 상황이라서 고객으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반영하기 위한 팔로업 기획 및 개발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내부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UT 결과가 너무 처참했다. 기존보다 더 나아졌거나 오히려 더 안좋아졌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서 명확하게 고객이 겪는 문제를 해결했다고 자신하기 어려웠다. 공급자도 자신할 수 없는 제품을 고객에게 내보낼 수는 없었다.
이미 기획 및 개발을 위해 리소스를 한 스프린트 정도 사용한 뒤라, 고객에게 내보내지 않겠다는 결정을 하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고, 나를 믿고 함께 따라와준 동료들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 컸다. 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일을 했다-"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니,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계속 진행하지 않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에디터 개선 건은 조금 큰 작업이라 구구절절 쓸말이 많았지만, 그 외에도 태블릿 사용자들에게 크리티컬했던 단축키 대응 작업, 속도/성능 개선 작업 등 자잘한 작업들도 함께 진행했었던 시기였다.
10월 새로운 리더와 레슨런
10월부터는 내가 운영하던 앱 스쿼드에 새로운 리더가 오게 되었는데 입사하실 때부터 내가 꽤 존경하고 따르던 분이라서 기대되는 점이 많았다. 앱 서비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 성장시켜본 경험이 있으셨기에 앱과 관련된 지식이나 경험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고, 업무 스타일도 원래 존경하던 리더 분과는 비슷한 듯 또 다른 면이 있어서 PM으로서의 태도나 생각들에 대한 배움도 많았던 것 같다.
몇 가지 배운 점들 중...
앱은 웹보다 훨씬 UI/UX의 중요도가 크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에 대한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
웹과 동시서비스를 한다고 해서, 꼭 웹에 있는 모든 기능을 앱에서 제공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꼭 필요한 핵심 기능을 먼저 잘 제공하고, 그 뒤에 고객 목소리를 들으며 하나씩 추가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PM이 꼭 모든 스쿼드원들의 모든 작업 내용을 일일히 꿰고 있을 필요는 없다. 서로 간의 신뢰관계 아래 어느정도만 파악하고 있으면 된다.
틀리더라도 일단 주관을 가지고 명확하게 소통하는 것이 우유부단하게 모든 것에 ok하며 말을 바꾸는 것보다 훨씬 낫다.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단 밀어붙여서 뭐라도 결과를 확인해본다.
끊임없이 배우고 공부한다. 나이와 연차에 상관없이 배울 점이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배운다.
주기적으로 1:1을 진행하여 스쿼드원들과 유대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동료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 "이 사람이라면 이 상황을 해결해줄 수 있을 거야"
12월 퇴사
미친듯이 일했고, 생각보다 재미있었던 한 해였지만, 역시나 공허한 마음을 계속 모른척할 수는 없었다.
지금 있는 이 곳은 여전히
믿을 수 있는 동료들이 있고, 동료들도 나를 꽤나 믿어주고 있고
매주, 매 분기 목표 달성과 문제해결을 위해 함께 고군분투할 수 있는 존재들이 있고
힘든 고비를 넘기면 또 후회없이 놀고
제품에 대한 각자의 생각와 의견을 이야기하며 서로를 치열하게 설득하는 과정이 재미있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동료가 아직 남아있고
어찌되었든 내 생각을 펼치고 뭔가를 해볼 수 있게 든든하게 지원을 받을 수도 있는 곳이라서
사실 굳이 떠나겠다는 결정을 할만큼 회사가 밉고 싫은 것은 아니다.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여 늦은 시간까지 퇴근하던 사무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처절하게 좌절했던 이곳을 떠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사람은 전부다. 근데 그것이 무너지고 있다.
이 곳에서 배운 많은 것들 중 단 하나의 배움만 가지고 나갈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단연 "사람이 전부다"라는 문장을 택할 것이다.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고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굳게 가져왔던 나는 이곳에 와서는 그 믿음이 완전히 깨지게 되었다.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들, 그것은 회사를 다니고 일을 지속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다.
맨 처음 이곳에 들어오기로 결정했을 때 역시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들이 있었고, 떠나는 지금도 나를 떠나기 아쉽게 만드는 좋은 동료들이 있다. 하지만 예전과 비교한다면 그 밀도가 현저하게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가장 결정적으로 늘 내 생각보다 몇 수 앞을 내다보며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던 동료들이 점점 사라진다는 것이 느껴진 시점부터 성장한다는 생각이 크게 들지 않았다.
"내 것"을 향한 채워지지 않은 목마름이 있다.
나는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만의 것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을 동경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그렇게 살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다.
일은 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기에 나는 하루의 80% 이상은 일과 그에 관련된 배움에 쏟고 있는데, 회사에 속하면서는 아무래도 일을 하면 할수록 내 것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내가 120%, 200% 몰입하여 일을 할수록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졌다.
지금은 겨울이고 밖은 춥다. 어쩌면 나가서 마주하는 삶은 내가 원했던 그것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후회하더라도 지금 해보고 빠르게 실패하는 편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성공하더라도, 실패하더라도 100% 내 힘으로 해보고 싶다.
3. 사이드 프로젝트
행동력이 처절할 정도로 부족했다.
1-2월 사내 스터디 <고객 되어보기> 운영과 실패
사실 스터디에 대한 아이디어는 소상공인 문제발굴을 하던 시점부터였다. 나는 소상공인이 아니었고, 그들의 간절함과 초조함을 이해하기엔 너무 안정적인 직장인으로 살고 있었다. 물건을 팔기 위해 소위 잘 팔리는 상세페이지를 만들어야하는 그들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어떤 점이 불편할지, 어떤 점을 개선할 수 있을지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직접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은 소상공인 문제발굴이었지만, 내가 모바일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서부터는 모바일 고객들을 공감하고 이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바꾸어 나갔다.
하지만, 모바일 개편 프로젝트는 내 예상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주중에는 물론 주말에도 계속 일을 했고, 프로덕트와 프로젝트에 대해 고민하느라 잠잘 시간도 부족했다.
그렇게 유의미한 결과물을 단 한개도 만들어내지 못한 채 이 스터디는 막을 내렸다.
아예 건진 것이 없는지?
사실 그렇지는 않다. 스터디를 운영하는데 2명의 멤버는 인스타그램에 서비스 사용법 등을 안내하는 내용을 꾸준하게 연재하고, 커뮤니티 등에서 바이럴이 되기도 했다. 그분들 덕분에 아예 스터디 자체가 무의미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
10월부터 입문했던 데이식스, 하지만 아무것도 못했다
4분기부터 갑자기 입덕하게 된 데이식스. 내 생애 첫 덕질이라서 너무 설레고, 기쁘고, 감동적?이었는데, 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유의미하게 표출해내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지만, 게을렀던 스스로에게 본업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며 결국에는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아예 한 것이 0는 아니지만...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고
2030을 위한 아이돌 굿즈 시장을 개척해보겠다는 아이디어도 건졌고
작사가의 삶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왜 실행까지 옮기는게 그토록 어려웠을까?
나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단 하나에 대해서만 몰입하고 - 휴식하고 - 다시 몰입하고 - ... 의 반복을 하고 싶었던 것인데, 이 사이클이 두 개씩 돌아가는 것 자체가 나에게 버거웠다.
늘 주중에는 일을 했고, 그에 대한 고민과 생각이 많았기 때문에 그것에만 온전하게 집중했었고
주말에는 그런 주중의 삶에 지쳐 + 잠시나마 갖게된 여유에 빠져 뇌와 몸을 움직이는데 극도로 게을러졌었다.
4. 배움과 인사이트
책이나 영상을 통해서 얻는 간접적인 경험보다 일과 현장에서 얻었던 배움과 인사이트가 훨씬 컸다.
PM 스터디
인스파이어드
디자인씽킹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자기경영노트
프로페셔널의 조건
훅
제로투원
UI/UX 심리학
박람회 및 행사
9월 에듀테크박람회
3분기에는 앱 중에서도 태블릿 고객들을 위해 좀 더 신경을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교육 섹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꽤나 흥미로운 것들을 알게 되었는데, 2028년까지 우리나라 학생들은 점진적으로 전자교과서 체재로 이동하며, 태블릿 pc가 교육청을 통해 교육 기기로 지원이 된다는 사실이다. 교사 분들이 교육자료를 만들거나 학생들과의 실습을 위해 우리 서비스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실제 전자교과서를 활용한 시범수업을 포함하여 교육과 관련된 주제를 가진 전 세계 다양한 서비스들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사람
CTO님의 리더십
이번 해 우리 회사는 엄청난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많은 개발자 분들이 그 프로젝트에 합류하여 1년동안 정말 많은 고생을 하고 있었다. 이런 장기프로젝트는 고객분들로부터 바로바로 피드백이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발자 입장에서는 동기부여를 받기가 좀 힘든 부분이 있고 다른 팀 사람들은 그 내부 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제대로 잘 되고 있는 것인지 의심하는 부분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름에 진행했던 타운홀에서 CTO님이 지금까지 개발된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아주 멋지게 시연해주셨고, 우리 구성원들 모두가 놀라며 감탄했다. CTO님이 저렇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동안 진행했던 결과물을 너무 멋지게 소개해주니, 함께 그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개발자분들도 뭔가 감격스러워보였고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느껴졌었다.
당시 타운홀을 함께 지켜봤던 입장으로서는 "아- 저런게 멋진 리더구나" 싶은 부분이 있었다. 고생할 때는 제대로 고생하지만, 그 보상과 보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개발자들이 뒤에서 기술적으로 서포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해온 일과 결과물에 대해 앞에서 당당하게 축하받고 존중받도록 해주는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까지 스프린트를 쳇바퀴 돌듯이 돌며 그저 정신없이 내 사람들에게 일만 시켰지, 충분한 보상과 보람을 느끼도록 해주었나? 반성하게 되는 지점이었다.
아빠의 리더십
이번 봄~여름은 모바일 프로젝트를 하며 10명정도의 대규모 팀원들을 효과적으로 매니징해내야 제품과 고객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벌 수 있던 상황이라 리더십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었던 것 같다.
6월즈음 부산여행을 갔을 때 아빠랑 통화하며 나눴던 대화에서 아빠가 그동안 20년 넘게 사업을 하시면서 얻었던 리더십에 대한 노하우가 당시 내 리더가 나에게 강조했던 내용과 놀랍도록 일치해서, 역시 좋은 리더들은 다 같은 말을 하는구나- 깨닫게 되었다. + 새삼스럽게 아빠가 다시 존경스러워보였던 순간이다.
동료들
지금의 회사는 정말 좋은 동료들이 많다. 내가 잠시 게을러지고 잘못된 생각이나 판단을 하게 될 때에도, 여전히 내 곁에 그런 좋은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뭣하지만, 나중의 내가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힌트를 남기자면
늘 좋은 물음을 던져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끔 하는 동료가 있고
극도로 꼼꼼하고 치밀하고 세심해서 늘 (좋은 의미로) 소름끼치게 하는 동료가 있는가 하면
평소에는 헐렁한줄 알았는데 가끔씩 핵심을 찌르는 동료도 있다.
항상 의심하고 뒤집어보고 다른 시각으로 보는 동료가 있고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빠르게 행동하여 결국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동료도 있다.
여행
5월 도쿄여행
6월 부산여행
송도 해변에서 원격근무
사직구장 - 롯데vs한화
8월 울진 가족여행 - 시골 할머니집 체험
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다가 뒤에서 다른 차가 박아서 사고가 났다. 다들 건강에는 큰 이상도 없었고, 차도 문제없었지만, 첫 시작부터 불안했던.
8월 제주도 워케이션
애정하는 동료들이랑 함께 제주도에서 워케이션을 했었다. 물론 주말에는 제주도 여행까지.
뭔가 엄청 계획하고 떠난 건 아닌데 다들 마음들이 잘 맞아서 그런가 기대 이상으로 너무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사실 난 사무실에서 스몰토크를 많이하는 편이 아니라서 동료들의 속마음이나 생각을 들을 기회가 별로 없는데, 이번 기회에 뭔가 진솔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뭔가 마음이 든든해졌다고나 할까.
8월 제주도 캠핑카 여행
어른이 되면 집 대신 캠핑카를 사서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닐 것이라고 했을 정도로, 캠핑카는 어린시절부터 품어왔던 나의 오랜 로망이었다. 이번 내 생일을 맞이하여 나의 짝궁이 그 로망을 실현시켜주기 위해 캠핑카 여행을 준비해줬다.
물론 결과는 처참했다. 캠핑카는 이동 중에는 물이 차있으면 차체가 휘청휘청거리기 때문에 시속 50km 이상을 내기가 쉽지 않았고, 물도 엄청 빠르게 소진되어 샤워 한 번하면 그냥 빈통이 되었다. 주차하는 것도, 주차할 장소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고, 전기도 최대 3시간 지속되어 뭘 충전하거나 에어컨을 틀거나 하는 건 상상할수도 없었다. 차 내부는 생각보다 좁았고, 두 명의 성인이 함께 생활하기에는 너무 비좁았다.
더운 여름날 여러모로 악조건 속에서 나는 내 오랜 로망인 캠핑카를 깔끔하게 포기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도 다 작게 작게 MVP로 경험을 해봤으니까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적은 비용으로 작게 실패했으니 다행이다 싶었다.
8월 오키나와 여행
아주 어린시절 투니버스에서 자주보던 에니메이션 중, <아즈망가대왕>이라는 것이 있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 중 하나는 주인공들이 오키나와로 수학여행을 갔던 부분인데, 에피소드 내내 "오키나와- 오키나와-"하고 노래를 불러서 저 곳은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번 여름, 그렇게 막연하게 어린시절 기억속에 남겨두었던 오키나와 여행을 가게 되었다. 기억에 남았던 것은 고요했던 일본 여름날의 숲길, 눈부시게 펼쳐친 바다, 바닷가를 보며 여유롭게 시작했던 아침, 이제껏 만나보지 못했던 물고기들과의 만남, 맛있는 요리까지. 꽤나 만족스러운 여름여행이었다.
책 & 글
올해는 책과 글에 게을렀다. 회사에서 PM스터디를 위해 읽었던 책 말고는 딱히 책을 읽지 않았던 것 같다. (새삼 회고하다보니 이렇게 알게되는구나...) 내년에는 꾸준하게 생각하고 고민하고 공부할 수 있는 습관을 잘 들여놓아야겠다.
(2월) 당신이 생각하는 모든 것을 믿지 마라 - 솔직하게 공감되는 내용이 별로 없고 이해가 잘 안되었던 책
창업가를 위한 조언 at disquiet 홍남호 덴 Dan 님의 댓글내용이 기억에 남아서 노션에 저장해둔 것을 발견했다. 대략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워랜버핏의 행복론 : 1)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과 2) 내가 좋아하는 문제를 3) 매일 반복해서 푼다.
내가 생각하는 '창업'의 의미가 무엇인지 곰곰히 고민해볼 것
본인만의 행복함수를 그려보고 ->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고민해볼 것
콘텐츠
윌리웡카 : 간만에 찰리와 초콜릿 공장 봤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던 영화.
살인자ㅇ난감 : 오랜만에 시각적, 스토리적으로 충격적인 작품을 보게 되어 기뻤다.
닭강정 : 고퀄리티 B급 콘텐츠. 시각적으로 스토리적으로 충격적인 작품2
대명이따라
KBS를 멋지게 퇴사하고 에그이즈커밍 콘텐츠 회사를 세운 나영석 PD. 1박2일, 꽃보다할배 등 히트작 이후 에그이즈커밍에서 내놓는 콘텐츠들을 보면, 역시 똑똑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저렇게 힘을 빼면서 본인도 재미있고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콘텐츠를 만들어낼까?
랄랄님의 이명화 캐릭터 시리즈
올해 랄랄님이 임신 중 볼록하게 나온 배를 이용하여 50대 아줌마 이명화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을 보면서 인사이트를 굉장히 많이 받았다.
그녀의 콘텐츠는 항상 "재미"라는 핵심 가치를 잃지 않고 스스로도 일을 정말 즐기고 재미있어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스스로 재미있는 일을 돈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늘 그런 사람들을 동경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재미가 먼저, 돈은 그다음이라는 점이다. 스스로가 재미있지 않으면, 결코 오래 뚝심있게 할 수 없다.
파묘 : 는 배우들에 너무 기대를 많이해서 그런가 (생각보다 이도현 배우님 분량이 적어서 그런가) 기대이하였다.
후르츠바스켓 : 오랜만에 옛날에 보던 애니메이션들을 보게 되었는데, 늘 볼 때마다 마음 따뜻해지는 그런 작품이다.
인사이드아웃1, 2
애니메이션을 보고 오랜만에 울었다. 내 안의 감정들을 좀 더 존중하는 그런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이 영화를 두고 여러모로 토론을 하는 어른들을 보는 것도 꽤나 흥미로웠던 점 중 하나. (우리 팀 동료들이 그러했다)
베테랑2 : 역시나 원작을 뛰어넘는 후속편은 없었다. 역시나 기대 이하.
끝사랑
원래 연애프로그램 잘 안보는 편인데, 유일하게 완결까지 본 프로그램이었다.
50대 이상 어른들의 마지막 사랑찾기-라는 컨셉인데, 관리를 너무 잘한 선남선녀들이 나와서 주목을 많이 받았지만, 전체적으로 컨셉, 연출, 편집, 자막, 영상미 등 뭐하나 빠질 것이 없는 완벽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PD와 작가가 분명 배운 변태가 틀림없다.
+ 역시나 이런 명작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고. 나도 빨리 저렇게 내 이름을 남긴, 두고두고 여러 사람들에게 소비될 수 있는, 자랑하고 싶은 뭔가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데이식스
올해 나에게 가장 큰 영감과 영향을 준 존재라고 단연코 말할 수 있다. 첫 입덕시기는 아마 회사 회식에서 동료가 부른 "예뻤어"를 들으면서 가사가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그 뒤로 Happy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 설명할 수 없는 벅참을 느끼게 되며 너무 빠른 속도로 물 흐르듯이 입덕하게 되었다.
내 생에 첫 덕질이라서 나는 여러모로 신기하고 재미있는 경험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를 향해 아낌없는 애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참 감사했다.
사실은 지금까지 그 존재가 가수가 되었건 무엇이 되었건 간에 어떤 것에 대해서 강렬하게 애정을 쏟아 붓고 불태우고 정말 순수하게 그것만을 쫓고 바라는 그런 사람들을 늘 부러워했었다. 나는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그토록 조건없이 열정적이었던 적이 없기 때문에 늘 그런 사람들이 부럽고, 그 열정과 순수함으로 빛나는 눈동자를 동경했었다.
그래서 30대가 넘어서야 찾아온 이 익숙하지 않은 감정이 더 크고 소중하게 다가온 것 같다. 나도 누군가를 아낌없이 애정하고 어떤 것에 열정적일 수 있는 사람이구나-하는 느낌. 다행이라는 감정이 더 컸던 것 같다.
좋은 가사와 음악이 주는 힘도 그들 덕분에서야 알게 된 것 같다. 그동안 나에게 음악이라는 것은 그냥 일할 때나 이동할 때 고요함을 없에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데이식스의 노래를 들으면서 위로를 받았던 경험을 하면서 그냥 주변의 가족과 친구보다도 어쩌면 노래가 주는 위로와 공감의 힘이 훨씬 더 클 수 있겠구나-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 것들에 나도 더 집중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으로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5. 건강과 습관
몸과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검도를 시작했고, 데이식스 노래를 통해 큰 위로를 받게 되었다.
상반기
새해 초부터 발가락 골절상을 입게 되어 약 한달 간 깁스를 하고 다녔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필라테스를 그만두게 되었고, 몸도 마음도 건강이 많이 안좋았던 것 같다.
일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에만 너무 집중하다보니, 몸과 마음의 건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채 매일 야근하고 안좋은 음식들을 먹고 그랬던 것 같다.
하반기
그래도 꾸준하게 러닝을 했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 운동모임을 만들어 주 3회 50분 이상 운동을 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다.
10월부터는 검도를 시작했다.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읽고 있던 책 정김경숙 님의 <계속 달려봅시다, 남는 게 체력인데> 를 통해 검도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서 예전부터 관심이 있던 검도를 해봐야겠다는 결심이 섰고 그길로 바로 상담전화를 돌려서 등록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초딩들 사이에서 머리!머리!하는데 괜히 시작했나-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다니다보니 검도를 한 날은 확실히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고 스트레스도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검도복 멋있다...! 그래서 계속 하고 싶은 것 같다. 이미 11월에 5급 심사도 잘 봤다! 앞으로 꾸준히 잘 해내서 이제 초급 심사까지 멋지게 보는 것으로...! 시합도 나가서 이겨보고 싶다.
데이식스 노래를 들으며 마음이 많이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되었다. 알 수 없는 벅참?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 것도 상당히 귀찮지만 꽤나 흥미로운 일이었다. 요즘은 검도 갔다가 데이식스 노래 들으면서 집까지 따릉이로 달려오는 것이 하루 중 가장 큰 낙이다.
6. 함께했던 인연들
올 한해도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받은 사랑에 비해서 돌려주는데는 인색했던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사람이 전부다. 초심을 잃지말고 주변 인연들에게 잘하자.
내 곁에 여전히 남아있는 사람들
연말이 되니, 1년동안 못봤던 사람들과 오랜만에 얼굴보고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긴다. 그럴 때마다 아쉬움이 드는 것은 그들에게 받았던 사랑만큼 나는 지난 한 해동안 주지 못했구나-하고 느껴질 때가 있다. 워낙 연락을 잘 하는 타입이 아니라서 그 때문에 연인과 깨져본 적도 많고, 주변 사람들을 걱정시킨 적도 많은지라, 이제 내 곁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이런 나의 성향을 잘 알고 이해해주는 사람들인 것 같다. 받은 사랑과 고마움을 다 표현도 잘 못하는 내 곁에도 아직까지 좋은 사람들이 많이 남아있어줘서 참 감사한 마음이 크다. 동시에 언제까지 이렇게 신세만지고 있나- 싶은 스스로에 대한 한심한 생각도 든다.
구름이
최근에 지난 10년동안 함께 했던 구름이를 하늘로 보냈다. 사실 나는 본가에서 독립한지 꽤 되었기 때문에 아직도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냥 본가로 돌아가면 다시 나를 맞아주고, 내가 자면 이불 파헤치고 내 등에 자기 등을 조심스럽게 기대고 잠들 것 같은 느낌이다.
사실 본가에서 독립하고부터는 살을 부대끼면서 지낼 일이 없어서 오히려 나는 충격이 좀 덜 한 편이었는데, 유난히 그를 아꼈던 아빠는 정말 상심이 컸던 것 같다. 그런 아빠가 신경쓰여서 더 자주 놀러가고 전화도 드리고 했었는데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이 있겠지. 사실 나는 구름이보다도 아빠의 그 상실감과 슬픈 눈을 보는 것이 더 마음이 아픈 것 같다.
결혼과 출산
아직도 나에겐 말만 들어도 무거운 두 단어인데 하나 둘 씩 내 친구들은 멋지게 해쳐나가는 모습들을 보곤 한다. 함께 아프리카에서 고생했던 오랜 친구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고, 같은 시기에 함께 고생했던 친구는 어여쁜 아가를 낳게 되었다.
예전에는 30분 남짓 번개불에 콩구워먹듯 호다닥 정신없이 끝내는 식에 몇 천만원을 태우는 것이 이해가 잘 안되었었는데, 요즘 친구들의 결혼식을 하나 둘씩 참석하니 내 사람들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약속'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엄청난 힘이 있구나- 깨닫게 된다. 새삼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참 대단하고 어른 같아 보였다.
물론 아직까지 결혼 이전에 먼저 내 살길부터 잘 찾자- 모드이긴 한데, 흠- 나도 언젠가 결혼을 할 수 있으려나.
7. 새로운 도전과 발견
가치관의 변화와 함께 회사 밖에서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한 해의 도전은 충분했다!
잃어버린 보물창고
이 블로그, PM이 된 뒤로는 한동안 잊고 방치해두었었는데, 우연히 회사 동료와 함께 밥을 먹다가 이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놀랐다. 입사할 때, 블로그 주소를 포트폴리오에 적어서 냈는데, 이렇게 블로그를 스스로 만들고 꾸미고 도메인까지 직접 사서 연결해둔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는 말을 들었다.
만들 때까지만 해도, 개발자라면 자기 블로그는 스스로 만들 줄 알아야지-했었는데, hexo 블로그 프레임워크에 마크다운으로 글쓰다가 사진 첨부하는 등 여러가지 면에서 좀 현타가 와서... gitbook 으로 갈아탄 것이었는데, 이게 또 이렇게 쓰일줄이야.
아무튼 나는 오랜시간 방치해왔던 공간을 오랜만에 다시 놀러오니, 내 생각과 색깔이 아직 잘 묻어있어서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서 삶을 잘 정리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세컨 브레인의 일환으로 내가 보고 듣고 공부하는 모든 기록을 이곳에 잘 묻어두어야지-하는 목적도 있었기에 웬만하면 나와 관련된 모든 기록은 이곳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단 하반기부터는 꾸준하게 회고도 잘 정리해왔고, 생각정리도 해와서 만족스러운 상태이다.
보고 듣는 지식들이 휘발되지 않고 쌓일 수 있도록 하는 것에만 좀 더 신경을 쓰면 좋을 것 같다.
가치관에 대한 변화
꽤 오랜 시간동안 나는 노마드로서의 삶을 꿈꿔왔다. 그런데 이번 해에는 그 생각이 조금 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변화가 그렇게 싫지만은 않다.
어떤 형태의 모습이든 간에 노마드를 꿈꿨다는 것은 내가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 것보다는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인데, 최근에는 어떻게 살아가는지보다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막연하게 그냥 "노마드"가 삶의 목표였기 때문에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에 대해 회색의 형체로만 남겨두었던 것 같은데, 올해는 그래서 그게 뭐지?-하는 고민들,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강점검사
정확하게 2024년 6월 8일이었다. 회사에서 입사하면 강점검사를 공짜로 해줘서 경험하고는 주기적으로 그 종이를 꺼내본다는 짝궁의 말에 홀린듯이 내돈내산으로 질러버렸다.
이게 막상 당시에는 그닥 열어서 보지 않았는데, 몇 개월 뒤 나에 대한 고민이 짙어질 때즈음 다시 꺼내보고 감탄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나도 설명하지 못했던 나의 강점이 빼곡하게 적혀있는 것이 아닌가.
덕분에 나는 이제 내 강점을 기반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도 꽤 익숙해졌다. 내가 잘하는 이유를 선명하게 알게 되었다는 것, 내가 어떤 강점이 있는지를 안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굉장히 북돋아주었는데 이게 꽤나 신기한 경험이었다.
8. 2025년은?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이전에 해왔던 이력과 관련이 있어서가 아니라 잘하고 좋아하는데 사람들도 그것을 알아주는 일. 나는 그런 일을 해서 행복하게 평생 일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일에 몰입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런 하루하루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2024년에 보고, 배우고, 느꼈던 많은 것들을 기반으로 2025년에는 더 자주 도전하고 부딪치고 마침내 성공해내야지.
2025 OKR & 회고Last 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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