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주차 (37/52)

9월 9일, 엄마 친구 아들

원래는 주말에 공부는 하기 싫고, 유튜브는 질리기도 하고, 오랜만에 달달한 로맨스물이 보고 싶어서 시작한 드라마인데, 1회만 보고 카페가서 공부해야지-하다가 결국 6회까지 정주행해버렸다.

하지만 단순히 킬링타임만은 아니었던 것이, 주인공인 석류가 자신의 꿈을 찾아나가는 과정과 드라마 속 인물들이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애정과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나가는 모습들이 엄청 위로가 되고 좋은 자극이 되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 그것에만 100% 몰입하는 삶이 참 부러웠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충분히 좋고 재미있지만 내가 그것에 100% 몰입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자꾸 플랜B를 세우고, 이런 저런 보험을 들어두려고 하면서 나의 100%를 다 쏟지 못하는 느낌이다. 100%의 전력을 다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은 다시 나에게로 향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매일 꽤 열심히 살고 있지만 늘 목마른 느낌이 든다. 요 근래 몇 년간은 늘 이런 느낌의 연속이다.

9월 13일, 몰입

이번주, 열심히 살았다.

올해는 시작부터 장기 프로젝트를 맡게 되어서 PRD 쓸 일이 많이 없었고 문제 발굴할 일도 많이 없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각잡고 PRD 작성하면서 하나의 문제에 온전하게 몰입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낮에는 워낙 회의도 많고 인터럽도 많아서 저녁 먹고부터 지금까지 모았던 정보들, 데이터들, 정렬 내용들을 모아서 하나씩 정리해나갔는데, 그냥 막연하게 이렇게 개선되면 좋겠다-가 아니라 이게 진짜 문제가 맞는지, 지금 해결해야할만큼 우선순위가 높은 것이 맞는지, 생각하고 있는 해결방법이 최선의 방법인지, 이 작업을 진행하면 어떤 점이 사용자 입장에서 좋아질지를 고민하는 과정이 진심으로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방해없이 몰입할 수 있는 평일이어서 정말 정말 만족감이 높았고 행복했다. (비록 그 몰입의 느낌이 좋아서 결국 새벽에 퇴근해버리기는 했지만 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아직까지 완벽하게 확신은 들지 않지만, 그래도 여러 동료들의 의견을 받으며 확신을 가져가고 있다.

좋은 동료와 함께 재미있는 일을 하고 이 일의 결과가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하기까지 한다니- 행복하다.

9월 15일, 시간

시간을 너무 낭비하고 있다.

이미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부터는 항상 일이 내 지신보다도 먼저였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소홀해졌고, 절친한 친구들의 생일을 한두번씩 깜빡하고 건너뛰곤 했다.

그런데 일을 저렇게 하나보니,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잠을 보충하고 쉬려고 하는 나태한 내가 되어버렸다.

그렇다보니, 오히려 매일 일, 자신, 삶과의 균형을 이루면서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서 산다면 오히려 더 건강하게 시간을 알차게 쓰면서 보냈을 것 같은데, 일에만 지나치게 시간을 많이 쓰다보니, 퇴근 후와 주말에는 보상심리가 생겨서 건강에 나쁜 음식을 먹고 잠도 더 많이 자면서 훨씬 게을러졌던 것 같다.

지금의 삶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계속 변하고 싶다,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실천. 이제는 진짜 생각 말고 실천을 해야할 때이다.

내년에는 "내 것"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 될 수 있게, 올해 남은 시간동안 기반을 천천히 다져야 한다.

이번 추석동안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서 진짜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준비를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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