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주차
이번주의 나는 무엇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
소상공인
드디어 내가 원하고 바랬던, 꿈꿔왔던 일을 하고 있다. 지난 3분기, 나는 입사하자마자 큰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참여하여 프로젝트가 제대로 마무리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 달려왔다. 몇 주간 프로젝트의 사이클을 돌다보니 서비스도, 프로젝트 매니징도 곧 익숙해졌고, 힘든 시간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잘 해낼 수 있었다. 동료들에게도 나름 좋은 리뷰를 받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드디어 내가 그토록 바라고 꿈꿔왔던 PM의 일을 하고 있다. 고객도 제대로 말할 수 없는, 고객 스스로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어려움과 문제를 고객이 되어 정의하고 회사의 입장에서 최대한 적은 리소스로 최고의 아웃풋을 낼 수 있도록 고민하고있다.
그토록 바라던 일이지만, 끝도 없는 고난과 괴로움의 연속이다. 처음 짜보는 OKR에 거의 2주동안은 진흙탕에 빠진 것처럼 뭐가 뭔지도 모른채 바쁘고 괴롭기만했다. 소상공인이었던 적이 없으니, 나는 최대한 고객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자, VOC도 훑어보고 커뮤니티도 모니터링했다. 그렇지만 고객이 겪는 문제에 비해서 창의적이고 뾰족한 방법이 잘 생각나지 않았다. 혼자서만 끙끙앓고 이틀을 소비하다가 결국 동료들에게 마구마구 시간되는대로 손을 뻗기 시작했다. 쉬는시간이며, 점심시간이며 기회가 되는대로 얼굴에 철판을 깔고 질문을 던지고 도움을 요청했다.
동료들에게 의견을 요청하는 일이 많이 생기다보니 자연스럼게 그동안 내가 너무 시니컬하고 건조한 태도로 동료들을 대해왔던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들기 시작했다. 인사도 딱딱하게, 스몰토크도 잘 안하고 필요한 일이 있을 때만 찾아가는 등, 그간 나의 태도에 대해서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동시에 나의 시간이 소중한 만큼 동료의 시간을 뺏는 것에도 극도로 조심스럽게 되어 버렸다. 이런 태도가 자유로운 토론이나 의견교류 문화를 만드는 데는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직은 극도로 조심스러운 나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 많이 힘들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사람들과 조금씩 이야기하면서 많이 그런 생각을 내려놓게 된 것 같다. 그들에게 받은 도움만큼 나도 잘 돌려줄 수 있는 동료가 되어야지.
여러모로 많이 성장한 일주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PM의 역할과 본질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많은 동료들로부터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고, 중간중간 내가 기억해야할 것들, 잊지 말아야할 것들, 내가 나아가야할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좋은 동료들이 있었다.
내가 하고싶다고 말했던, 내가 선택한 이 분야에서 스스로 보기에도 한심할 정도로 못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괴로운 일이다. 죽을만큼 괴롭다. 내가 선택했기 때문에 도망치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내가 나보다 뛰어나나고 인정할 수 있고, 존경하며 멋지다고 생각하는 많은 동료들 사이에 있다는 점이었다. 쉽게 자만해버리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끝없이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다. 배울점이 많은 동료들과 함께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 (그 괴롭던 와중에도)
물론 아직도 소상공인에 대한 일이 일단락되지 않았다. 그래도 뭔가 희망차고 더 해볼 수 있겠다,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AI 스터디
지난주부터 우리 팀의 AI 전문 PM님이 팀원들을 대상으로 AI 스터디를 진행해주고 계신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AI 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고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당연하게도 스터디에 참여했다.
초기의 부푼 마음과 다르게 역시나 일에 치이고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끼면서 AI 스터디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었고, 스터디에 참여한 나의 모습은 내가봐도 정말 실망스러웠다. 다른 동료들은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주말에 책을 열심히 읽고 스터디에 참여하여 열정적으로 고민하고 토론하는데, 나는 그냥 마네킹마냥 멍하니 앉아서 그들의 이야기를 그저 듣기만 했다. 한순간 바보가 된 기분이었고, 나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으로 참을 수가 없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냥 스스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 회차인 다음 스터디에서는 좀 더 열정적으로 토론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해볼 생각이다. 이번 주말은 그래서 바빠도, 아무리 바빠도 AI 스터디 참여를 위해 사전 공부를 열심히 해갈 생각이다. 더이상 바보가 되고 싶지는 않다.
서울의 봄
요즘 난리라는 그 영화 <서울의 봄>을 보았다. 마침 수요일이 11월의 마지막 날 = 문화의 날이었기 때문에 반값에 저렴하게 볼 수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 이후 전두환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기까지의 9시간을 담은 영화인데, 정말 박진감 넘치게 한 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 없게 잘 만들었다. 오랜만에 완성도 높은 영화를 볼 수 있어서 꽤나 만족스러웠다.
영화의 재미와는 별개로, 영화를 보고난 뒤의 기분은 별로였다. 아무래도 해피앤딩이 아니라서 그럴까. 죽을 힘을 다해, 목숨을 바쳐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의 노력을 간접적이나마 느낄 수 있었던 점은 좋았지만, 결국에는 졌던 싸움이었고, 나라면 그들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까-하는 고민도 되면서 여러모로 기분은 별로였다.
오츠커피
목요일 저녁에는 오랜만에 룸메이트와 함께 재택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난 주말에 가고싶었지만 못갔었던 연남동 오츠커피를 방문했다. 평일 점심시간대라서 그런가 자리도 많았고 사람도 별로 없어서 집중하기에 좋았다.
나는 어떤 장소에 갈 때, 음악이 그 장소와 어울리는지를 꽤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이곳은 음악도 장소에 딱 맞게 흐르고 있었고, 실내 온도도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게 딱 정당했다. 자리도 노트북을 들고 집중할 수 있는 곳과 좀 더 캐주얼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 분리되어있었고, 가구들도 하나하나 모두 그 장소에 어울릴법한 것들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잘 어우러지는곳이어서 마음에 쏙 들었다.
다만 음악이 좀 크게 재생되고 있었어서 중간 중간 동료들과 허들을 해야할 때에는 밖으로 나가야 했는데, 날씨가 꽤나 추워서 감기걸릴 번 했다. 패딩 안입었으면 100% 감기였다.
필라테스
이번주부터 본격적으로 필라테스 개인 강습을 받고 있다. 무려 화요일, 목요일 21시에 시작하는데, 야근이다 뭐다 이런저런 이유로 운동 못했다는 핑계대는 것이 싫어서 일부러 저녁 늦게 잡아두었는데 꽤 좋은 것 같다. 오히려 회사에서 좀 더 일하고, 공부하고 가면 되니까 더 좋은 느낌이었다.
필라테스 수업 자체는 강사님이 워낙 잘 가르쳐주셔서 만족 120%이다. 안쓰던 근육을 쓰면서 몸이 전체적으로 풀어진다는 느낌, 속근육을 내 몸에 맞춰서 제대로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보충해보면 좋을 것은 필라테스를 안하는 날에도 집에서 꾸준히 운동을 해야한다는 점과 이제 식단에도 조금씩 신경을 써야겠다는 점이다.
몰입과 공허함
룸메이트가 추천해줘서 이번주는 출퇴근하면서 몰입에 대한 철학 강연을 들었다. "30대 인생, 뭔가 '가슴 한 쪽이 빈 채로' 살아가는 기분이라면" 이라는 제목으로 자극 그자체이다.
30대라면 클릭하지 않을 수 없는 자극적인 제목에 나도 출퇴근 틈틈히 눈감고 그 강연을 들었는데, 많은 30대가 공감할만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대략적으로 내용을 요약하자만 아래 정도일 것 같다.
30대가 공허한 이유는 모든 일에 100%의 에너지를 써서 몰입하지 않고 80%정도의 미적지근한 태도로 임하기 때문이다.
일하는 것도, 먹는 것도, 노는 것도 100%로 열심히 임하게 되면, 마음 속을 가득 채웠던 공허함은 충만함으로 대체되기 시작한다.
잘하는 사람들, 성공한 사람들은 핑계대지 않고 그냥 한다. (예. 김연아, 이나모리가즈오, 서울대 생들 등)
그냥 손에 잡히는 것을 열심히하기만해도 인생이 조금씩 달라진다. 그러다보면 성공하게 된다.
사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오히려 이렇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왜 알고있는 내용대로 살아가지 않는가? 나는 지금 누구보다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나는 왜 에너지를 분배할 생각만 하고 있을까, 여러가지 것들을 동시에 할 생각만 하고 있을까. 내가 진짜 몰입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다음주의 나는?
나도 전문가가 되고 싶다. 이 서비스의 전문가, 소상공인 사용자들에 대한 전문가, 내가 만든 서비스에 대한 전문가, 타 서비스까지도 너무 잘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 말이다. 전문가라면 모르는 것이 없어야 한다. 시험에 뭐가 나올지 모르니까, 자기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준비하고 대비한다. 동료들이 무엇을 물어볼지 모르기 때문에, 어떤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기 힘들기 때문에 그에 다가가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하는 것이다. 스스로 만족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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