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문제정의 & 개선 가설

시리즈 목차

지금까지 다양한 시각과 채널을 통해 배민상회 서비스를 이해해보았다. 서비스를 만드는 주체인 우아한형제들과 배민상회 팀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배민상회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살펴보았고,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외식업 사장님 두 분과 1대 1 인터뷰를 진행하며 외식업 세계에 대해 이해하고 배민상회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과 불편사항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국내 대표 외식업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 배민상회에 대한 최근 1년 동안의 글을 분석하며 전국의 사장님들이 배민상회를 이용하면서 겪었던 긍정적, 부정적 사용자 경험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배민상회 서비스를 지금보다 개선할 수 있는 포인트들을 몇몇 찾아내긴 했지만, 배송 시스템 개선, 판매자 응대 시스템 개선, 물품 다양성 확보 및 재고 관리 개선, O2O 소상공인 플랫폼 지원 사업에 대한 충분한 안내 등 물류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거나 회사 차원에서 비즈니스적으로 크게 임팩트가 없어보이는 것들이 많았다.

크게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도 배민상회 내 서비스의 개선만으로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1. 문제 정의

배민상회 서비스 내에서 제품에 대한 경험이 충분히 공유되고 있지 않다.

국내에서 외식업 사장님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커뮤니티에서 사장님들이 배민상회를 사용하는 패턴을 분석해보고, 실제로 외식업 사장님들과 심화 인터뷰를 진행해보니, "외식업 사장님들이 음식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식자재/비품 쇼핑의 과정을 혁신한다"는 배민상회 팀의 의도와는 다르게 사장님들은 아직도 여러 플랫폼과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상품을 구매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직접 발로 뛰며 모으고 계셨다. 그 원인은 아래와 같이 세 가지라고 생각했다.

1-1. 상품 탐색 과정에서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현재 배민상회에서 상품을 구매하고자 상품을 탐색할 때, 상품 목록 상에서 주어지는 정보는 가격에 편중되어있다. 하지만 외식업 사장님들은 무조건 싸다고 상품을 구입하지 않는다. 가격, 품질, 배달용이성 등 여러가지 조건을 따져보고 구매결정을 한다.

기본적으로 한 가지 상품에 대해서 적게는 몇 백개에서 많게는 몇 천개까지의 상품이 목록으로 주어지는데 사장님들이 어떤 상품을 구매해야할지 선택하기에는 목록 상에서 주어진 정보가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사장님들은 일일히 상세페이지를 들어가서 재구매율, 상품 상세 정보, 제조사, 후기 등을 살펴보고 나서야 하나의 상품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얻게 된다. 쇼핑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사장님들에게 쇼핑은 업무다"라는 점을 기억해본다면, 엄청난 시간적, 경제적 손해가 발생하는 지점이다.

1-2. 상품에 대한 후기가 없거나 너무 적다

배민상회에는 "인기상품"을 별도의 메뉴로 두어 여러가지 카테고리에서 인기가 있었던 상품을 모아서 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각 카테고리별로 인기가 있어서 모여있는 상품들임에도 불구하고 후기가 없거나 그 개수가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는 인기상품 메뉴를 클릭하여 나오는 제일 첫번째 상품을 클릭한 결과이다. 아무리 인기상품이라고는 하지만 10개의 후기를 둘러보고 구매 결정을 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인기상품을 선정하는 기준에도 조금 의구심이 들었다. 어떤 상품이 인기상품으로 선택되기에 후기가 10개밖에 없어도 제일 최상단에 노출될 수 있는 것일까?

1-3. 상품에 대한 정보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커뮤니티 내에서 사장님들의 활동을 지켜보니, 외식업 사장님들은 모두가 사장이기 때문에 직장인들처럼 직장 내에서 일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 때문에 장사를 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고민들에 대해서 서로 활발하게 공유하고 답하는 커뮤니티가 잘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상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장님들은 상품을 구매하기 전에 이미 다른 사람들이 구매해본 경험을 듣고자 하는 니즈가 많았고 장사하면서 좋았던 제품을 서로 추천해주는 문화도 잘 자리잡혀있었다.

하지만 배민상회 내에서는 이처럼 사장님들이 상품에 대해서 서로 추천을 한다던가 상품에 대한 정보와 경험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구매가 발생할 수 있는 지점인데 이러한 공간이 부재한다는 점이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2. 개선 레퍼런스

그렇다면 다른 커머스 플랫폼들은 어떨까? 다른 곳들은 어떻게 위와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을까? 많은 커머스 서비스들 중에서 쿠팡과 오늘의집 사례를 참고해보았다.

2-1. 쿠팡

왼쪽은 쿠팡에서 "플라스틱 용기"라고 검색했을 때의 결과이다. 어떤 상품을 구입할지 탐색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화면인 상품 목록 페이지에서 우리는 상당히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1) 쿠팡 랭킹 순위, 2) 상품의 원래 가격, 3) 상품의 할인된 가격 및 할인률, 4) 예상배송일, 5) 로켓배송여부, 6) 후기 개수, 7) 평점, 8) 최대 적립액수까지 상품 상세 페이지를 직접 클릭하지 않아도 우리는 목록을 스크롤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용자는 좀 더 알아보고 싶은 상품, 즉, 실제로 내용이 괜찮다면 구매까지도 할 의향이 있는 경우에만 상세보기를 클릭하면 된다. 상품에 대한 탐색시간이 짧고 상세페이지에서 실제 구매로 이어질 확률은 높을 수 밖에 없다.

반면 배민상회의 목록에서는 어떤 상품을 클릭해야할지 고민이 된다. 가격 이외에는 특정 상품을 클릭해야할 특별한 이유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즉 상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는 처음부터 상품 몇 개를 클릭해 상세 페이지를 확인해야한다. 하지만 막상 도착한 페이지에서도 평점도 없고 후기도 부족하기 때문에 구매까지 바로 결정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하다. 결국 외부 커뮤니티 등을 통해 충분한 정보를 얻은 후에야 다시 돌아와 구입하게 된다. 탐색시간은 길고, 구매까지 이어지는 가능성은 낮아지게 된다.

오늘의 집은 대표적으로 커뮤니티가 매우 성공적으로 발달한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반드시 상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집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을 주고 받으며 서로 연결된다. 그 과정에서 상품은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다른 사람이 올린 사진 속 인테리어를 참고하고 서로 좋은 제품들을 아낌없이 추천하며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진다.

3. 개선안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입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것은 "다른 사람의 구매 경험"이다. 사장님이라면 더더욱.

"배민상회 서비스 내에서 제품에 대한 경험이 충분히 공유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정의한 뒤, 그 문제가 서비스 내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입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것은 다른 사람의 구매 경험일 것이다" 라는 가설을 설정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개선안을 생각해보았다.

3-1. 상품 목록에서 상품 및 기존 구매자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 노출

현재 배민상회의 상품 목록에서 가격정보 이외에 상품에 대한 정보를 풍부하게 제공하여 사용자가 상품을 탐색하는 과정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 상품 상세페이지에서만 볼 수 있는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목록 상에 노출하여 사용자가 상품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도록 한다.

3-2. 상품 후기작성 활성화를 위한 이벤트 진행

배민상회의 사용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구입한 사람 수에 비해서는 후기 작성률이 낮다고 생각된다. 무신사, 29CM 등 다른 커머스 플랫폼 역시 상품 구입 후 포인트를 제공하며 적극적으로 후기 작성을 독려하고 있으며, 현재 어느정도 후기 쓰는 문화가 잘 정착된 쿠팡의 경우 역시 초기에는 체험단 운영 등을 통해서 후기 작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했었다.

이미 배민외식업광장에서 외식업 사장님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기 위해 선물증정을 하고 있는 것처럼 쿠폰을 발행하든, 무료 샘플을 제공하든 여러가지 방법으로 후기 작성 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성화시켜 사장님들이 상품을 구매하는데 필요한 모든 정보와 의사결정을 외부 커뮤니티로의 이탈 없이 배민상회 내부에서 마칠 수 있도록 개선한다.

3-3. 배민외식업광장 내 식자재/비품 관련 커뮤니티 조성

작년부터 개편된 배민외식업광장 서비스는 외식업 포털로 거듭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사장님들의 든든한 커뮤니티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도 전문가 QnA 서비스 등을 도입하거나 참여광장 등의 서비스를 통해 사장님들이 여러 방면으로 도움도 받고 서로 정보도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식재료/비품 메뉴였다. 해당 메뉴를 클릭하면 배민상회 서비스로 연결될 수 있는데, 이 공간을 단순이 이런 연결점 정도로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참 아쉬웠다. 만약 이곳에서 외식업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 처럼 배민상회 상품에 대한 후기 문의, 특정 제품에 대한 추천 글 등 식자재와 비품에 대해 사장님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둔다면 배민상회로의 유입도 훨씬 증가하고 구매율도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 가설 검증 및 검증 매트릭

위와 같은 개선안을 통해 아래와 같은 두 가지 가설을 적절한 메트릭을 통해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1. 커뮤니티 내에서 다른 사장님들이 추천한 상품은 구매율이 올라갈 것이다.

    1. 배민외식업광장에서 배민상회로의 유입 변동률

    2. 배민외식업광장에서 추천된 상품의 구매변동률, 매출 변동률

    3. 배민외식업광장에서 추천된 상품의 상세 클릭 변동률

  2. 상품 탐색시 이미 같은 상품을 구입한 다른 사장님들의 정보는 구매 결정력을 높일 것이다.

    1. 상품 목록 내 정보 추가 후 구매 변동률 : 상세 클릭율은 줄어들겠지만 구매율은 오히려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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