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문제> 지도 다시 꺼내보기
기존의 나의 글들을 읽은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나는 인생을 하나의 지도로 보는 입장이다. 낡은 종이 위에 구불구불 미로와 같은 길들이 있고 그 길은 계속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 정신없이 삶을 살다가 문득 삶에 대한 회의가 들거나 길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 때면, 숨겨두었던 그 지도를 이따금씩 펼쳐 내가 어디까지 왔었고,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또 어디를 향하고 있었는지, 그 방향이 맞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렇게 나의 위치를 객관화해서 한번씩 지도 위에서 확인하고 나면 또 다시 확신을 가지고 앞으로 여정을 나아갈 수 있다.
그동안은 개인 클라우드, 노션, 다이어리, 마인드맵 등 다양한 플랫폼을 전전하며 저 지도 그리기 작업을 해왔는데, 올해 초 이 블로그를 나만의 우주로 삼으면서 지도를 이 블로그에 그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2월에 그동안의 삶의 궤적을 글로 옮겨적어 내 눈으로 확인해보는 작업을 했고, 올해 말 한바탕 회고를 쉽게 하기 위해서 매 월마다 간단한 월말결산과 같은 느낌으로 회고를 작성해왔다.
2월 초 작성한 글 에서 나름대로 나의 목적지를 솔직하게 구체화하고 내가 그동안 꿈꿔왔던 삶
에 대해서 적었다. 그리고 그것을 목적지로 삼아 올해 내가 해야할 일들을 적어 이것들을 이루기 위해 내가 매월 어떤 일들을 해야할지 계획하고 그것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겪었다.
그런데 이 과정을 3개월 정도 하다 보니, 문득 균열
을 느끼게 되었다. 오늘은 그 균열에 대한 자각과 그것을 어떻게 풀어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균열의 자각
여느때와 다름없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던 중, 뭔가 이상함을 느겼다. 나는 분명 내가 원하는 삶을 알고 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이었다. 그간의 나라면 그런 상황에서는 보통 하이퍼 상태가 되기 때문에 웬만하면 힘듦을 잘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뭔가가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이것은 단순한 번아웃이나 슬럼프 같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하루하루 일도 힘들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불어서 살아가는 행복한 삶인데, 왜 마음 한쪽이 허전하다고 느껴질까.
해소되지 않은 갈증을 계속 마음 속에만 품고 있다가 역시 글로 풀어내 마주해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역시, 두 가지의 문제점을 마주할 수 있었다.
문제 1. 나는 세계 최고의 개발자가 되고 싶은게 아니었다.
개발자가 되고부터 줄곧 나를 괴롭혀왔던 질문이 있었다.
나는 어떤 개발자인가, 어떤 개발자로 성장하고 싶은가
이 질문에 나름대로의 답을 찾아 우겨넣어도 보고, 숱하게 많은 개발자들의 인터뷰와 블로그를 탐색하며 나만의 답을 찾으려고 부단히도 노력했다. 하지만 그것은 남의 답일뿐 나의 답이 될 수 없었다.
난 왜 저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노트에 적어 나를 괴롭히는 질문과 맞짱을 떴다. 그리고 그 기저에 있던 답을 찾아냈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나는 개발자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문제해결사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컴퓨터를 너무 좋아하고 프로그래밍을 미친듯이 사랑해서 개발자가 된 것이 아니라 IT 서비스를 통해 전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들에 매료되었고 그것을 함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세계 최고의 개발자, 우수한 개발자, 00한 개발자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다. 그래서 세계 최고의 000
라고 한정된 포지션이나 커리어로 나를 표현하기가 너무 어려웠던 것이다.
나는 특정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서 개발을 택한 것이지, 사실 가장 큰 핵심은 문제의 해결, 그 자체에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를 00한 개발자로 단정하지 않고 문제해결사로 포지셔닝을 하니까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게 내가 찾던 답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 답을 찾는데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 것은 즐겨보는 EO 유투브 채널에서 발견한 올웨이즈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레브잇 대표님의 인터뷰이다.
레브잇에서는 신규채용을 할 때, 특정 직군에 한정시켜 사람을 채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채용공고에는 레브잇에서 만들고 있는 올웨이즈라는 서비스가 겪고 있는 모든 문제들을 나열해두고 이를 맡아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해결사
를 모집한다.
이런 식으로 나에게는 나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몇몇의 온라인 멘토들이 있는데, 내 인생에는 큰 영향을 미쳤지만, 막상 그분들께는 그런 마음을 많이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서, 이번에는 땡큐레터를 개인적으로 보내볼까 한다. 😀
문제 2. 좋아하는 일과 이상적인 삶, 둘 사이의 괴리
내가 마주한 두번째 문제는 바로 내가 좋아하는 일과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삶이 상충된다는 점이다.
앞서 말했던 올해 초에 적었던 글에서는 내가 꿈꾸고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하루의 모습에 대해 꽤나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표현을 했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나는 시간적, 공간적, 그리고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삶을 꿈꾸고 있는데, 이는 곧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공간에서 원하는 일을 하며 그 일을 하는데 경제적인 부담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이는 지금도 변함없이 내가 꿈꾸는 삶의 모습이다.
그런데 위처럼 문제 1번에서 개발자가 아니라 문제해결사로서의 나의 모습을 자각한 뒤, 단순히 '디자인'이나 '개발'과 같이 영역에 한정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고 행복해하며 엔돌핀이 도는 일을 생각해보니, 나는 '특정한 문제'에 대해서 '여러 사람들'과 고민하고 생각하며 해결해나가는 그 과정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원하는 공간에서 원하는 시간에 일하는 삶'과 '하나의 문제에 대해서 여러 사람들과 고민하여 해결책을 도출해내는 일'이 언뜻 보기에는 모순되어 보였다.
이 때부터 내 머리속은 어떻게 하면 그 둘 사이의 간극을 메울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고민은 대충 아래와 같은 방향으로 흘러갔는데, 그렇게 불가능해보이지는 않다.
원격으로 일을 하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나 그룹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가?
분명히 존재할 것 같다. 이 부분은 리서치를 좀 해봐야겠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원격근무의 보편화가 더욱 가속화된 시점에서 이 부분은 충분히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만약이라도 그런 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두 가지 가치 중 나에게 우선하는 것은 무엇인가? 일인가 삶인가?
실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다. 좋아하는 일을 해서 우선 실력을 키운다. 그리고 그 실력을 통해서 원격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그런 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가?
없다면 만들면 된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해야할 것
나를 괴롭혔던 문제를 찾아내 글로써 마주하고 나니, 앞으로 해야할 것들이 보였다. 아래와 같은 일들이다. 이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는 과정을 또 다시 글로 남기고 마주하며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갈 것이다.
내 인생에서 해결하고 싶은 문제 명확히하기
문제를 바탕으로 포지셔닝 다시하기
퍼스널 브랜딩
이력서 및 포트폴리오
블로그
이직을 위한 기업 리서치하기
조건 3가지
내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해결하는가? 적어도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개발자가 아니라 문제해결사를 원하는가
100% 원격 자율 근무를 하는가
내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로 사이드 프로젝트 진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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