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vs. 퇴사

2024.12.15

회사를 떠나야겠다고 결심한 이유

비록 시작은 이 조직에서 더는 성장하고 있지 않다고 느껴서였지만, 사실 그 내면을 계속 파고들다보면,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계속 1분기, 1년을 계속 보내다보면, 그냥 어느샌가 나는 회사에 종속된 회사원1이 되어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주중에는 회사에 다니면서 회사 일에 100% 몰입을 하고, 주말에는 작게 MVP 형태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작은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다가 사이드프로젝트의 수익이 회사 월급과 동일해지는 시점이 오면, 회사를 나가려고 했다.

왜 계획대로 진행하지 않았는지?

진행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실 계획대로 진행하지 못한 것이다.

PM은 고객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고객 입장에서 문제를 발굴하며, 그를 잘 해결하기 위한 모든 과정을 신경쓰는 사람이다보니, 1) 업무량 자체가 많았고 2) 주중이나 주말에도 계속 일에 대해 생각할 수 밖에 없었기에 워라벨같은 개념이 적용되지 않았고 3) 나의 특성 역시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생각하고 처리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다보니, 주말이든 주중이든 그냥 계속 본업에만 몰두하게 신경쓰게 되었다. 4) 게다가 주중에 새벽부터 밤까지 정말 촘촘하게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주말만 되면 늘어지고 게을러지게 되어 뭔가 일 외적으로 프로젝트를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미 본업만으로도 너무나 빠르게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고, 계속해서 뭔가를 생각하고 만들어내야하다보니, 본업 이외에 프로젝트를 통해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이상 기대되지 않았고, 그럴 에너지가 없었으며, 지치고 아득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회사에 속해있다보니 절박함이 없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내가 이번 주말에 해야할 일을 다음주로 미뤄도, 내 삶은 달라지는 것 하나 없었고 할일을 미뤘음에도 정해진 날짜에 돈은 꼬박꼬박 들어왔다.

회사원1이 아니라면 도대체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서 아직까지도 만족하지 못하고 떠돌생각만 하고 있지?

나는 일을 하면 할수록 내 브랜드의 가치가 높아지기를 바란다. "내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무엇인가를 통해 온전히 그것 하나에만 몰입하고 집중하고 싶다.

내가 말하는 "내 것"은 뭐지? 어떠한 것들이 될 수 있을까?

  • 반드시 창업?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의 형태를 띄워야하는가?

    • 예전에는 1인 창업가의 삶을 꿈꿨었는데, 지금은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내가 동경했던 1인 개발자이자 창업가인 직장인 소개팅 서비스 <커피 한 잔>의 개발자분은 스스로 철학과 가치관을 기반으로 기존 소개팅 서비스 시장에 의문을 제기하며 문제를 정의했고 그것을 잘 풀어낸 멋진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그 분이 링크드인에 가끔 풀어주는 서비스 개발기나 고객들과의 소통 과정을 보면 나도 저렇게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멋진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직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었다.

    • 그런데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 그냥 내 이름이 담긴 결과물이 나오면 되는 건가?

    • 정확하게는 내가 고민하고 생각해낸 무엇인가로 사람들을 기쁘게하거나 위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예전에는 그 "무엇인가"가 it 서비스여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삶 속에서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크고 작은 것들이 영감이 되어 내 일의 "재료"가 되면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혹시 아래와 같은 방식은 어떠한가?

  • 주중에는 회사에서 PM으로서 몰입하되

    • 주말에는 작사가로서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삶

    • 주말에는 비공식굿즈를 만들어 수익을 내며 해당 업계 1위가 되는 것

    • 주말에는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여 나와 취향과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는 것

단순히 음악과 가사가 주는 감동에 젖어있는 것 이외에, 나는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무엇 때문에 그곳에 가려고 하는가?

  • 팬과 가수가 서로에게 힘이 되며 애틋한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지켜주고 싶다.

  • 가수를 향한 소중한 마음을 싸구려 굿즈 상품으로 짓밟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 가수를 좀 더 충분히 느끼고 푹 빠져있을 수 있도록, 소위 말하자면 덕질에 좀 더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 진심이 담긴 노랫말이 좋은 목소리를 타고 전해질 때, 느껴지는 그 감동은 한 사람을 다시 살아가게 한다.

내가 몰입하던 시절들, 나는 어떤 모습이었지?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갔더라?

  • 모바일 개편 프로젝트를 할 때, 나는 주중, 주말, 새벽 밤낮 상관없이 늘 이 프로젝트에 대한 생각 뿐이었다.

  • 비전공자로서 개발자를 꿈꾸며 개발공부를 할 때, 나는 9to9 말 그대로 개발만 하면서 지냈고, 대중교통을 타고 학원을 오가는 그 시간에도 개발 관련 콘텐츠나 강의를 보곤 했었다. 말 그대로 내 시간의 거의 99%를 개발로 꽉 채웠었다.

  • 개발자로서 처음 직장에 취직했을 때에도 팀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하고, 파악하고, 버텼고, 마침내 동료들로부터 인정받았다.

  • 케냐에서 PM으로서 개발협력사업을 맡게 되었을 때에도 늦게까지 일을 하곤 했고, 프로젝트에 푹 빠져서 한 해를 온전히 불태웠었다.

  • 고등학교 수험생 시절에는 쉬는시간에도 공부를 했고, 주중 주말 상관없이 늘 하루 14시간은 꼬박 공부를 했던 것 같다. 입학할 때는 난생 처음으로 100등 밖의 등수를 찍었었는데, 졸업할 때즈음엔 항상 전교 5등 내에는 꼬박 들었었다. 그때는 진짜 독하다는 이야기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지금 내가 고민하는 이유는 명확한 나만의 가치관과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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