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5주차
2025년 4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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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어느정도 잘 지켰던 한주였다. 다만, 한 가지 느끼게 된 점은 내가 평일에 수면시간이 평균 5시간 정도가 되다보니, 주말에 가까워질수록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게 되고, 주말에 부족했던 잠을 몰아서 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식의 방식은 건강에도 좋지 않을 뿐더러 장기적으로 본업과 사이드를 건강하게 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벚꽃이 만개해서인지 몰라도 유난히 검도장에 가기 싫었던 한 주였다. 못할수록 계속 연습해야 느는데, 못할수록 이상하게 더 가기 싫어진다.
운동도 안하면서, 퇴근 시간즈음 울리는 짝궁님의 저녁 식사 제안은 덥썩 승낙해버리고 말았다.
스쿼드를 맡게 되면서 내가 안해도 되는데 했었던 일들이 내가 당연하게 해야하는 일들이 되었다. 인원이 많고, 기존에 너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았던 부분도 많았기에, 교통정리를 하고 규칙을 세우고 틀을 잡느라 한 주가 다 지나갔다.
스쿼드 리더로서 참여했던 첫 OKR 점검 회의는 생각보다 우울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지난 분기 우리 스쿼드는 배포 건이 별로 없었고, 그에 따라 OKR 수치도 처음으로 하락했다.
새로운 스쿼드에 합류하고, 계속 해소되지 않는 답답함이 있다. 뭔가를 바꿔보고 싶은데, 이대로 가다간 우리는 OKR 달성이 요원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누가 나를 도와줄 수 있을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주변 환경을 탓할수도 있긴 한데, 사실은 문제를 인지하고도 주말이나 저녁시간을 이용해서 적극적으로 뭔가를 해보지 않는 스스로가 가장 싫다.
사이드를 왜 해야할까. 나는 지금의 내 본업이 좋다. 만족스럽다. 재미있다. 몰입해서, 푹 빠져서 할 수 있는 일이다. 심지어는 집중이 안된다고 불평했던 집에서조차, 본업은 문제없이 말끔하게 해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드를 계속 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왜일까. 차라리 그 시간에 본업에 좀 더 힘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본업에 대해서도 시간은 늘 모자라다고 느끼고 있는데.
나에게 사이드는
본업에 너무 집착하지 않기 위한 수단이다.
어쩌다가 본업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나의 일상을 지탱해줄 수 있는 안전망이다.
해보고 싶은게 너무 많은 나에게 또 다른 꿈의 씨앗이다.
본업에 나 혼자 200%로 진심으로 임하게 되는 것쯤은 상관없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반드시 다른 동료들이 그렇게 따라와주지 않았을 때, 실망하게 된다. 과거의 나를 통해 보았을 때, 나는 누군가가 나만큼 열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쉽게 불이 꺼져버린다. 어쩌면 내가 비난했던 누군가의 낮은 온도보다도 더 낮게, 더 깊게 가라앉아버린다.
지금 있는 조직이 좋다. 지금 하는 일이 좋다. 그래서 쉽게 꺼뜨려버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나름대로 동료들과 온도를 맞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본업 외에 집중하고 있는 곳이 한곳쯤은 있어야 정신을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사이드는, 어떠한 이유에서건 본업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나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도록 지탱해주는 안전망이다. 늘 몰입하던 무엇인가가 2개인 것과 1개인 것은 분명 다를테니까. 그런데 내가 그럴 수 있는 사람인가-싶기는 하다. 과거 나의 성취와 성장의 경험들을 돌이켜보면, 나는 언제나 그것 하나에만 120%, 200% 진심을 다했으니까. 나의 일상은 그냥 그것 하나로 정의하고 설명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이 시스템을 잘 동작하도록 만들고 싶은데, 사실은 그렇게 잘 동작하고 있지는 못하다.
집중해서 내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풀어내려가는 과정을 좋아한다. 그 과정에 담긴 모든 순간들, 풍경들을 사랑한다. 낮은 키보드위에서 움직이는 손, 그 왼편에 놓인 따뜻한 커피, 이를 비추는 황색 전구, 그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탁자와 의자까지. 그 장면만 떠올리더라도 행복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것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조용하게 혼자서 글을 써내려가는 그런 일을 사이드로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소설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고.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전략가 성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고 글로 정리하는 과정을 좋아하는 나에게, 어쩌면 지금 하고 있는 본업이 가장 잘 맞고, 그 본업으로도 내가 꿈꿨던 글을 쓰는 모든 과정을 해낼 수 있지는 않은가? 2번인 안전망은 이 본업에서 얻은 수익을 계속 투자하면서, 구축해나가야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일주일 중 하루는 경제공부를 하며 투자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본업을 위한 뭔가를 계속 해나가는 것, 그게 더 괜찮은 전략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