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8주차
202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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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으로서의 삶
PM으로서 성과하나 못내고 있는 스스로에게 매우 실망스러웠던 한 주. 모든 것이 정리된 상태에서 완벽하게 일을 하는 것은 어려울수도 있다. 정리되지 않는 상태에 불만을 느낀다면, 스스로가 정리된 상태로 만드는 것이 PM으로서 나의 역할일텐데 불평불만만 가득 늘어놓고 결국 팀에게 다시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일을 하도록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매니징 팔로업하느라고 내 일은 하나도 못한 것도 매우 실망스러운 점이었다.
나 잘 살고 있나, 이게 내가 살고 싶었던 삶이 맞나
4월 내내 검도도 잘 안가고, 주말에는 내내 웹소설보고, 웹툰 보고, 넷플릭스 보면서 뒹굴거리다가 소중한 주말을 그렇게 무의미하게 보내버린다.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진짜 시간이 없는게 맞나? 주말 내내 뒹굴거리면서 소비하는 시간이면 뭐라도 했겠다.
평생 PM으로 밥벌어먹고 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언제든지 이깟 회사쯤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PM을 안한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 것인지, 그 삶이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이 맞는지, 내가 재미있어하고, 즐거워하는 일이 맞는지 확인하려는 노력조차 안한다. 하겠다-라고 매주 일정을 잡아두고 나와의 약속은 언제나 너무 쉽게 저버린다. 늘 스스로와의 약속은 우선순위 최하이다. 한심하다.
길을 잃은 느낌이라 기본부터 무너진건지, 기본이 무너지니 길을 잃게 된 것인지
어떤 것이 먼저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4월 내내 검도를 주 1회도 못가게 된 것은 단순히 일이 바빠서-정도로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그 기본이 내가 현실과 타협하지 않도록 지켜주는 무엇인가-일텐데 기본이 무너지니 체력이 무너지고, 체력이 무너지니 쉽게 타협하고 져버리게 된다.
PM으로서의 나 vs. 작가(혹은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나
PM으로서의 나와 개인으로서의 나 사이에 존재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아마 계획되지 않은 상황, 일반적인 범위에서 벗어난 사람들에 대한 관용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개발자나 PM이 되기 전의 나는, 즉흥여행을 좋아하고, 혼자 떠난 배낭여행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며 모험을 하고,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해 호기심이 가득하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개개인이 가진 고유한 매력을 알게 되는 그 모든 과정을 사랑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어쩌면 계획대로 되지 않은 날들을 더 좋아하고 재미있어했었다. 그러나 PM으로서의 삶은 절대 그럴 수 없다. 모든 것을 최대한 미리 잘 준비해두어야, 예상치못한 상황에서도 바로 올바르게 대응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다보니 어쩌면 나는 스스로 원래 가졌던 좋은 "눈"과 "생각"을 점점 희석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내가 가진 되게 반짝거리는 무언가였을 수도 있는데.
지금 PM으로서 내가 짜증나하는, 골치아파하는 사람들도 분명 개인으로서 마주했을 때는 엄청 매력적이라고 오히려 더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은 늘 나를 재미있게 하니까.
다양한 개성을 가진 존재들에 가졌던 애정어린 시선들을 점점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 내가 글을 쓰고 싶은 이유는 바로 그래서가 아닐까.
콘텐츠를 만들 때는 예상치 못한 최악의 상황이 오히려 콘텐츠의 성공을 만들기도 한다. 소설을 만들 때는 주변 어디에나 있지만 그 개인만이 가진 고유한 매력이 드러날 때, 캐릭터가 엄청 매력적이게 된다. 내가 창작자라면, 작가라면, 지금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짜증나는 일들이, PM으로서의 나를 괴롭히는 모든 빌런들이 어쩌면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요한 캐릭터들일 수 있다.
내가 살고 싶은 삶
나는 언제나 내가 살고 싶은 삶을 떠올릴 때면, 일 그 자체보다는 나의 하루 일과를 묘사하게 된다.
햇살을 듬뿍 머금은 채 알림없이 침대에서 일어나고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하며 잠을 서서히 깨고
세수를 하고 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로 준비를 마치고
자전거를 타고 작업실까지 천천히 이동하며 그날의 날씨를 온전하게 느낀다.
바닷가 혹은 숲이 보이는 작업실에 도착해서는 커피를 한잔 내리고 조용히 작업에 집중을 시작한다.
일에 몰입하다가 배가 고파지면 주변에서 간단하게 밥을 먹고 산책하면서 다시 작업실로 돌아온다.
만족할만큼 작업을 모두 마무리했다면 다시 자전거를 타고 날씨를 충분히 느끼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저녁에는 근처 도장에 들러 검도 수련을 하거나 바닷가를 따라 러닝을 한다.
다시 집으로 복귀하고 나서는 룸메이트와 함께 맥주나 한잔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묘사하면 꼭 어디 제주도 시골마을 생활인데... 진짜 귀농을 해야하나...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었든 간에 두 가지는 확실할 것 같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혼자서 일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한다.
바닷가나 숲 등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삶이어야 한다.
계속 미루지만 말고 목표를 정하자.
내가 내 작품으로 얻는 소득이 내 월급을 뛰어 넘는 순간이 오면 그때 회사 밖에서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