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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진 삶

20대의 나를 되돌아보면, 왜 태어났을까, 왜 이 삶을 계속 살아야하는 것일까,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나는 누구일까-와 같은 존재론적이고 철학적인 질문들에 깊게 빠져있었던 것 같다. 매일 새벽같이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내린 결론은 이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데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기여를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그 결론이 내려지기까지는 결국 20대 중반에 케냐에서 머물렀던 경험들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곳에서 나는 1) 결국 일자리가 없으면 가난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2) 사람들이 생계때문에 일하지 않고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로 행복하게 사는 삶을 누려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사람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개선시킬 수 없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쉽게 정을 붙일 수 없었던 것 같다. 예술, 콘텐츠, 음악, 패션과 같은 것들이 그 예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아이들이 죽어가는데 그런 것들에 평생을 바친다는 것이 이상하고 모순적으로 다가왔다. 위선자가 되는 느낌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창업 외에 다른 도전들을 시작할 때 허들이 높은 것 같다. 그것의 쓸모를 내 삶에서 뿐만 아니라 세상에 비춰서 계속 생각해야하니까.
그런데 정말로 세상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일까.
지금 내가 하는 고민과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의미가 없는 것일까?
강한 여자가 주인공이 되어 스토리를 이끄는 것
불안함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드는 것
아프리카와 그곳 사람들의 매력을 스토리로 풀어내는 것
이런 스토리 너무 없는데, 누군가는 만들어야 하지 않나? 내가 안만들고 내가 바꾸지 않으면 누군가가 해주길 기다려야하는데, 그게 맞나? 내가 해야하는 것은 아닌가?
지금은 콘텐츠를 만들지만, 나중에는 뭔가 다른 방식으로 내가 가진 문제의식을 풀어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이 모든 과정이 어쩌면 타협일수도, 자기 합리화의 과정일수도 있지만 그냥 지금 내 마음이 이끄는 길은 그렇다.